대통령 탄핵발의 등 정국이 파행사태로 치닫게 된 이면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특유의 '경상도식' 강조화법과 매사에 정면 돌파를 노리는 오기(傲氣)식 승부사적 기질에도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극단적인 표현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대통령 '언사(言辭)관리'에 청와대 참모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10일 불법 대선자금 '10분의 1 발언' 논란과 관련, "경상도 표현으로 '턱도 아니다'는 말을 대통령이 강하게 한 것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놀라서 '간이 콩알만 해졌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실제로 콩알 만 한지 자로 재보자'는 것과 같은 논리 아니냐"며 야당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다른 한 참모는 "내 월급이 (민간에서 받을 때와 비교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고 엄살을 부렸다고 해서 진짜 10분의 1밖에 안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지나친 강조화법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발언을 잇따라 계속했다는 측면에서 이런 변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4월 민주당 경선후보 때 "PK(부산·경남)지역에서 1석도 얻지 못하면 대통령후보직을 내놓고 재신임을 묻겠다"고 스스로 배수진을 치는 바람에 실제 1석도 얻지 못하자 곤경에 처했다.
또 지난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 때도 노 대통령은 농림부 공무원의 업무보고 태도를 질타하면서 "다음 청와대 보고 때는 간부 모두 사표를 써 갖고 오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재정경제부 인수위 업무보고 때는 "헌법을 뜯어고쳐서라도 내 임기 중에 반드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해 법조계 등에서 위헌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통령에 취임 후인 지난해 5월 5·18 행사추진위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러다간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발언을 한 것도 극단적인 화법구사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의 오기로까지 비쳐지는 화법을 구사하는 배경에는 비주류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노 대통령의 정치역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경선후보 때 '깽판' 발언으로 논란이 가열되자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사과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오히려 '깽판'이란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한 핵심참모는 "승부사적 기질이 있는 대통령이 새로운 승부수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