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기업들의 첫째 관심사는 경비절감이다. 많은 기업들이 인건비가 싼 인도 중국 등지에 공장, 데이터센터 등을 이전한다. 컴퓨터 기술자들이 우울한 계절을 맞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들에게 1990년대가 천당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지옥이다.
미국에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하는데 컴퓨터 엔지니어는 여전히 혹한에 산다. 컴퓨터 전문 인력의 실업률은 작년 5.2%였다. 이 통계를 집계한 2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은 2% 남짓했었다. 전기 엔지니어 실업률도 작년 6.2%로 역시 20년 내 최고치였다. 숙련도와 관계없이 전국 실업률 평균치가 2000년 4%에서 작년 6%로 높아진 것과 비교해보면 이 분야의 고용사정이 실감난다.
컴퓨터 분야 일자리의 해외유출을 포함한 고용의 더딘 회복문제가 늘 증시를 짓눌리게 하고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볼 것만이 아니다”는 반론도 나온다. 고용창출은 경기회복에 이어 나타나기 마련이며 경기후퇴 때 해고한 인력을 재고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동안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이익이 커지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뉴욕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9일엔 나스닥종합지수 2,000선이 붕괴됐다. 올해 상승분을 다 까먹어 올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때마침 2000년 3월 10일 나스닥지수가 5,048.62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만 4년째인 날이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루슨트 테크놀로지, 퀘스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은 주가가 9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심리적 지지선인 나스닥지수 2,000선이 깨지자 투자자들은 초조한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 ‘조정이냐, 약세장이냐’의 대세를 보는 눈도 엇갈린다. 낙관적으로 보는 CNN 머니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시비의 경우 다우지수가 20% 이상 떨어진 침체기 이후에 나타난 회복장은 2년 이상 지속되는 게 보통이라고 주장한다. 회복장에서는 블루칩 주가는 두 배가 되며 기술주는 이보다 더 오른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상승장은 절반에도 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한 전문가는 “나스닥 시장이 한두 달 조정양상을 거칠 것”이라면서 대세 상승론을 유지하는 반면 또 다른 분석가는 “고점과 저점이 함께 낮아지는 전형적인 약세장”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