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프로축구LG구단의 서울연고지 이전이 결정됐다. 연고지 이전의 명분은 수도 서울에 명문구단으로 거듭나 축구붐을 조성하고 한국프로축구 중흥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LG구단과 K리그는 이번 결정에서 단순한 연고지 이전이나 서울에 프로축구팀이 생긴 것 이상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우선 LG구단은 기뻐하기에 앞서 더 큰 도전 앞에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전 인구의 4분의 1이 모인 서울은 기회의 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동시에 잠재 축구팬들을 대상으로 한 여가문화상품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서울에서 진정한 명문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투자와 구단운영 그리고,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프로축구 비즈니스가 팀 혼자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눈을 K리그 전체로 돌려보자. 총 제작비 120억원이 소요된 영화 '실미도' 한 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170억원의 순수익을 내는 시대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9개가 참여하고 있는 K리그는 총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한 시즌 내내 245만 여명(2003년)의 관중을 유치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모든 구단이 만년 적자다. 더욱이 총비용은 매년 증가하는데 관중수는 답보상태다. 이것이 K리그의 현주소다.
K리그의 핵심문제는 경기력보다는 리그와 구단경영에 있다. K리그와 경기력이 비슷한 일본의 J리그는 선진화된 경영을 통해 성공적으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축구리그는 구조상으로나 상품의 특성상으로나 독특하고 어려운 비즈니스다. 다양한 이해당사자간의 조율, 리그시스템, 마케팅전략, 연맹과 구단의 조직구조 등이 경기력을 뒷받침해야 성공할 수 있다. K리그는 경영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리그전체의 장기 비전과 전략 및 실행계획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하루 빨리 수립해야 한다. K리그는 왜 J리그가 별도의 경영자문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과감하게 전문컨설팅을 의뢰하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명문리그 없이는 명문구단이 나올 수 없다.
K리그는 대기업의 단순한 홍보수단에서 진정한 프로축구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모기업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프로축구는 이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LG구단의 서울입성이 K리그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 스포츠마케팅 (kangj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