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 동아일보 자료사진
“내가 등판하지 않을 때 홈런 한방 쳐야지.”(서재응)
“고마워요 형, 연습 때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와 오늘 하나 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최희섭)
같은 메이저리거라도 한국인 선수가 한 자리에 모이기는 어려운 법. 하지만 최희섭(25·플로리다)은 전날 김선우(27), 송승준(24·이상 몬트리올 엑스포스)과 투타 맞대결을 펼친데 이어 10일에는 광주일고 선배 서재응(27·뉴욕 메츠)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
플로리다 포트 세인트루시에서 열린 메츠와의 원정경기. 서재응의 덕담 때문이었을까. 최희섭의 시범경기 첫 홈런포가 마침내 터졌다.
첫 4번타자로 출장한 최희섭은 0-1로 끌려가던 6회 무사 2루에서 왼손 페드로 펠리시아노의 초구 몸쪽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팀의 9-3 승리를 이끄는 역전 결승 홈런이자 최소 120m는 됐을 대형 아치. 5경기 15타수만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최희섭은 2회와 4회 수비에서도 어려운 파울 타구를 처리해 박수를 받았다.
지난 겨울 타격 폼을 한껏 움츠린 기마자세에서 꼿꼿하게 상체를 세운 간결한 스윙으로 바꾼 최희섭이 새 타격 폼에 적응이 돼가고 있다는 평가. 이날 홈런으로 왼손투수에 약하다는 혹평을 털어냈고 타격 폼 수정 후 타구가 왼쪽으로 밀리던 결점도 보완됐다.
마침 ESPN의 간판 칼럼니스트 피터 개몬스도 이날 칼럼에서 “최희섭이 스프링캠프 들어 빌 로빈슨 타격코치의 집중지도를 받고 있다. 타격자세가 예전보다 부드러워졌고 투구에 반응하는 속도도 빨라졌다”며 그의 타격실력 향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회 좌익수 뜬공, 4회 삼진으로 물러난 최희섭은 이로써 올 시범경기 통산 15타수 3안타, 타율 2할에 3타점 2득점 5삼진을 기록했다.
경기 후 최희섭은 “스윙이 가볍게 나오니까 좋은 홈런이 된 것 같다. 최근 타격 타이밍이 좋아지고 있어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파울 타구에 오른 허벅지를 맞았던 서재응은 11일 휴스턴을 상대로 첫 시범경기 선발 등판을 갖는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