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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고성 큰 산불]변전소 인근서 “펑”…주택가 덮쳐

입력 | 2004-03-10 18:40:00


4년 전 강원 고성과 강릉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2만3448ha의 산림이 숯더미가 된 악몽을 되살리게 하는 큰 산불이 10일 강원 속초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가옥 등 64채가 전소되고 10ha의 산림이 탔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산불이 집중적으로 번졌던 속초시 조양동과 대포동 일대는 마치 포화를 맞은 폐허처럼 변했다.

▽산불 발생 및 피해=불은 이날 오후 1시22분경 속초시 노학동 한국전력 변전소 뒤편의 야산(해발 30m)에서 발생했다.

한국전력 직원인 목격자 김모씨는 “변전소 뒤편에서 갑자기 연기가 솟은 뒤 불이 번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일단 강풍으로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은 초속 23.5m의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청대산에 인접한 조양동과 대포동 일대의 주택가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조양동, 청대리, 부월리, 온정리, 대포동 외옹치 마을 주민 20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불은 한때 해발 400m의 청대산을 넘어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번질 것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불길이 바닷가 쪽으로 향하면서 소강 국면을 맞았다.

▽주민 대피=불이 난 청대산은 속초시내에서 잘 보이는 곳이어서 화재 사실이 빨리 알려져 신속한 주민 대피가 가능했다.

20여가구 주민들이 졸지에 집을 잃은 조양동의 속칭 청대리 마을 주민들은 임시 이재민수용소로 마련된 마을회관에 모여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불은 한때 학생들이 수업 중이던 속초상고와 조양초교 인근까지 번지기도 했다.

교직원들은 신속히 3000여명의 학생을 귀가시키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진화작업을 벌여 가까스로 불길을 막았다.

속초시가 산불 발생 직후 신속히 대피방송을 한 데다 그동안 몇 차례의 대형 산불을 경험한 주민들이 나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속초=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