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의 정성이 담긴 축구공을 받으면 이라크의 젊은이들이 행복해 할 겁니다. 아시아에서 축구 최강을 다퉈온 한국과 이라크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에르 A 사베트 일본주재 이라크 대리대사(41)는 “이라크 국민에게 한국은 ‘축구를 매우 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면서 “동아일보가 벌이는 ‘희망의 축구공’ 보내기 캠페인이 이라크의 축구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한국에는 이라크대사관이 설치돼 있지 않다.
수도 바그다드 출신인 사베트 대리대사는 청소년 시절 지역 축구클럽에서 공격수로도 활동했을 만큼 열렬한 축구팬. 그는 주요 국제대회에서 맞설 때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한국-이라크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양국 사이의 ‘축구 인연’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 성금 보내신 분들…이종인씨 외
그는 이어 “경제제재와 전쟁 등 혼란으로 이라크 축구대표팀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지만 앞으로 해외훈련과 국제대회에 본격 참가하면 왕년의 실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2002 한일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기 직전 일본에 부임한 사베트 대리대사는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간 한국팀의 플레이는 정말 인상적이었다”면서 2006년 독일 뮌헨월드컵대회 본선에는 한국과 이라크가 아시아 대표로 나란히 진출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축구공 전달 지역과 관련해 “캠페인 주최측이 정할 사항이지만 이라크의 모든 지역 주민들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해 가급적 전국에 골고루 전달됐으면 하는 희망을 나타냈다.
사베트 대리대사는 한국군의 파병 예정지인 북부 키르쿠크에 친척들이 살고 있어 자주 가봤다면서 “그곳엔 쿠르드족, 투르크멘족, 아랍계 등 3개 종족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외국인에게도 친절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이라크 사람들이 전쟁과 테러를 겪으면서 군복이나 무기에 많이 예민해져 한국군은 현지 주민들을 존중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특히 “한국 건설업체들이 이라크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라크 국민은 한국을 친근한 이웃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이라크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려는 한국 국민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