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표결 강행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표 단속에 들어갔다.
두 당 지도부는 “탄핵소추안 발의에 불참했거나 탄핵 추진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던 의원들 중 상당수가 탄핵 찬성 쪽으로 돌아서고 있어 가결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탄핵해도 국가 혼란 없다”=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 탄핵에 소극적인 소장파 의원과 잇달아 접촉을 갖고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이상, 여기서 우물쭈물하면 다 죽는다”며 설득 작업을 벌였다.
본보의 의원 상대 전수 조사(10일자 A3면)에서 ‘탄핵 반대’(8명)나 ‘판단 유보’(30명)를 밝힌 의원들 중 상당수는 “당신이 한나라당 의원 맞느냐”는 당원들의 항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추진에 부정적이던 권영세(權寧世) 권오을(權五乙) 남경필(南景弼) 전재희(全在姬) 정병국(鄭柄國) 원희룡(元喜龍) 의원이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이 진정한 사과를 안 하면 탄핵에 동참하겠다”며 ‘조건부 탄핵 찬성’으로 선회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당 지도부는 이날까지 당 소속 의원 144명 중 130명 정도가 탄핵 찬성 입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30명은 탄핵소추안 발의 의원(108명)보다 22명 늘어난 것으로, 민주당의 발의 의원(51명)과 합치면(181명) 가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180명)를 넘어선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위),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운데)가 10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정국의 기선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을 이어갔다. -김경제기자·서영수기자
최병렬(崔秉烈) 대표도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에서 “(탄핵소추안 발의 과정에서의) 다양한 의견이 실제 표결에선 하나로 묶어질 것이다. 가결에 필요한 180석 확보에 큰 무리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총리의 국정운영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며 ‘탄핵=국정혼란’이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때늦은 사과는 의미 없다”=조순형(趙舜衡) 대표도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재적 과반수 의원인 159명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 단계에서 노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핵심당직자는 “노 대통령은 어설픈 사과나 국면 호도로는 초읽기에 들어간 탄핵 표결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구속 중이어서 국회 표결 참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김운용(金雲龍) 박주선(朴柱宣) 이훈평(李訓平) 의원까지 면회해 탄핵 찬성 입장을 확인할 정도로 ‘임전무퇴(臨戰無退)’의 결의를 다졌다.
▽자민련은 11일 당론 결정=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이날 충남 천안갑, 을 지구당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지금은 폭설로 인해 피해를 본 지역에 대한 복구와 지원이 요구될 때이며 대통령 탄핵안을 갖고 정쟁을 일삼을 때가 아니다”며 탄핵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인제(李仁濟) 정우택(鄭宇澤) 의원 등은 탄핵 찬성 입장이어서 11일 의원총회에서 JP의 탄핵 반대 의사가 당론으로 모아질지 주목된다. 한편 자민련은 열린우리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에 대해서는 ‘반(反) 의회주의’라고 비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