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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열정 하나로 요리 자고나니 나도 스타” 제이미 올리버

입력 | 2004-03-11 17:01:00

사진제공 푸드채널


제이미 올리버(28).

일부 독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서른 살도 안 된 이 젊은이가 영국에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 스타로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고, 왕실에서 훈장까지 받았다면?

제이미 올리버는 ‘네이키드 셰프’, ‘제이미스 키친’ 등 TV 요리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은 영국의 ‘슈퍼스타’ 요리사다. 그는 우연한 방송 출연으로 제작진의 눈에 들어 1999년 요리 프로그램 ‘네이키드 셰프’를 찍게 됐다. BBC에서 방영된 이 프로그램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됐다.

그가 방송출연 경험을 토대로 쓴 요리책 ‘네이키드 셰프’는 영국에서 10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제이미스 키친’은 전 세계 16개국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오찬을 마련한 적도 있으며, 요리로 국위를 선양한 공로로 지난해 10월 대영제국훈장(MBE)을 받았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피프틴’은 이미 1년치 예약이 차 있다.

그는 자문 요리사로, 푸드 에디터로, 드러머로, 광고 모델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집에서도 전문가 솜씨로 쉽게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그의 소신을 반영한 식기구들인 테팔 제이미 올리버 쿡웨어가 4월 초 한국에서도 출시된다.

○국내서도 인기

한국에서도 케이블방송 푸드 채널에서 ‘제이미스 키친’(화, 수 낮 12시반)과 무직 청년 15명을 요리사로 키워내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이미스 키친 스페셜’(월 오후 2시)이 방송되면서 그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의 제이미 올리버 팬 카페에서는 2만여명이 활동 중이다. 평범한 젊은 요리사가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 비결은 뭘까. 그를 e메일로 단독 인터뷰했다.

올리버는 자신의 요리 철학을 “간단하고, 신선하며 맛있는 음식(Simple, Fresh, Tasty Food)을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요리에 대해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든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요리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전문 지식이 아닌 ‘음식에 대한 열정’이라는 것.

올리버의 요리 프로그램이 일반 강의식 요리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친구 또는 친지들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과정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는 것. 프로그램 이름처럼 요리와 요리사의 모든 것을 ‘발가벗겨’ 보여준다.

○“요리는 신선한 재료가 생명”

영국의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파격적인 요리프로그램 진행으로 일약 스타가 된 그는 교과서적인 요리법과 전문지식이 아닌 요리에 대한 열정이 좋은 요리사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요리는 최대한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웰빙 요리'전도사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테팔

무엇보다 올리버의 매력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데에 있다.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서처럼 양념이 조리대 위에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지도 않다. 앞치마도 하지 않은 올리버는 청바지차림으로 자신의 집 부엌에서 끊임없이 칼질을 하고 음식 재료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며 평소 쓰던 도구를 사용해 손대중으로 재료를 넣고, 때로 넣어야 할 재료를 빠뜨리기도 하는 등 일반인과 다름 없는 모습으로 요리를 한다.

‘방송용’이 아닌 당돌한 20대의 말투로 모든 재료마다 왜, 하필, 지금, 이 재료가 필요한지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때론 되지도 않는 말을 늘어놓는 올리버는 ‘일류 요리사’보다 ‘옆집 오빠’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그가 평소 즐겨 먹는 요리도 이 같은 요리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리버는 “아침에는 차와 토스트를 먹고, 점심과 저녁은 보통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해결한다”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싫어하는 음식은 가공식품 종류. 좋은 요리는 신선한 재료가 생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에 대해서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그는 유기농 야채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을 묻자 올리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 준 적이 있는 스타 커플 브래드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턴을 꼽았다. 자신이 한 요리 가운데는 피프틴에 명예의 요리로 등재된 스캘럽 크루도(Scallop Crudo·일종의 생선회)를 가장 좋아한다.

○4세때부터 요리배워

올리버는 요리의 기본기를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그의 부모는 에식스에서 ‘크리키터스’라는 펍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올리버는 4세 때부터 이곳에서 요리를 배웠고, 8세 때 일을 돕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요리 공부는 16세 때 웨스트민스터 케이터링 칼리지에서 시작했지만 현장 경력으로만 치자면 20년차 요리사인 셈. 올리버는 “부모님 모두 나를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애처가’로도 유명하다. 모델 출신인 아내 줄리엣 줄스 노턴과는 중학교 시절 만났다. 올리버는 줄스 앞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I Can't Help Falling in Love’를 모창해 결혼 승낙을 받고, 2000년 결혼했다. 현재 아내와 두 딸 포피(2), 데이지(1)와 함께 런던 햄스테드의 50만파운드(약 10억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곧 세 번째 아이도 태어날 예정.

본인이 최고의 요리사로 평가받지만 아내의 요리에 대해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그는 “줄스는 요리를 정말 잘하고, 기본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평일에는 통상 아내가 가족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지만 주말만큼은 그의 차지다.

○“한국음식 시도해 보고 싶어”

올리버는 친구들과 함께 만든 밴드에서 드러머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각종 활동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밴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최근 그는 ‘콜드 플레이’와 ‘이언 브라운’을 듣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유분방한 성격대로 캐주얼을 즐긴다. ‘무늬가 있는 오래된 청바지와 티셔츠, 또는 헐거운 스웨터’가 그가 자주 입는 옷들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데 알고 있느냐고 묻자 올리버는 “몰랐다. 그러나 한국에서 내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요리법을 보내준다면 한번 시도해보겠다”면서 “아직 방한 계획은 없지만 나중에 꼭 가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제이미 올리버

-1975년 5월 27일 영국 에식스 클레이버링 출생

-16세 때 웨스트민스터 케이터링 칼리지 입학

-닐 스트리트 레스토랑, 리버 카페 레스토랑에서 근무

-1999년 ‘네이키드 셰프’에 출연하면서 대중스타로 도약

-1999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오찬 요리

-2000년 첫 요리책 ‘네이키드 셰프’ 10주간 영국 베스 트셀러 1위 차지

-2003년 대영제국훈장(MBE) 수상

-현재 런던 피프틴 레스토랑 운영. 영국 GQ 매거진 푸 드 에디터, 몬테스 레스토랑 자문요리사, 슈퍼마켓 체 인 세인스버리 자문관, 도자기회사 로열 워스터 디자 인 컨설턴트 겸임.

-부인, 두 딸과 함께 런던 햄스테드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