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의 옛 수도인 안티과에 있는 바로크 양식 건물들. '5a'거리의 시계탑(큰사진)과 라 메르세드 교회
수백도의 뜨거운 불길을 쏟아내는 4000m급의 활화산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특징인 과테말라의 도시 안티과. 1773년 대지진으로 파괴되면서 수도 지위를 현재의 과테말라시티에 내줬다.
요란스러운 과테말라시티와는 달리 정원이 잘 갖춰진 콜로니얼 스타일의 건물들과 주변의 풍성한 산림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이 이 도시의 매력이다.
안티과는 멕시코시티와 페루의 리마에 이어 신대륙 제3의 도시. 16∼18세기 식민 시대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다.
○ 과테말라의 古都 안티과
중앙공원 ‘플라자 데 아르마스’에 도착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도심은 바둑판처럼 정비되어 있다. 1917년과 1978년 두 차례의 지진 피해 후 지금까지 복구 중인 건물들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호텔을 찾기란 쉽지 않다. 도시 미관상 간판을 크게 내걸고 있지 않아서다. 호텔 입구는 초라하지만 정문을 들어서면 어느 곳이건 파란 잔디 정원과 분수가 딸려 있다. 벽장식과 타일, 바닥재와 건물을 장식한 고상하고 진기한 액세서리들은 예술에 가깝다.
안티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라 메르세드 교회로 향했다. ‘5a’ 거리의 시계탑을 지나면 바로크 양식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은은한 미색의 교회가 나타난다.
미사가 진행 중인 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의 섬세한 부조장식이 눈길을 끈다. 바로크 양식의 정원 분수는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중미에서 가장 크다.
시내에서 비포장 산악 도로를 2시간가량 달려 산프란시스코라는 작은 산악 마을에 도착했다. 활화산인 볼칸 데 파카야가 있는 곳이다.
불시에 화산의 활동이 시작되는 위험 지역이기 때문에 구이아(Guia)라 불리는 현지 가이드와 동행했다. 2552m의 정상을 향해 화산재 때문에 걷기조차 힘든 산길을 2시간가량 걸었다. 화산재 응고석들이 끊임없이 미끄러져 내려와 걸음을 방해했다.
우리를 삼키려는 듯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화산 분화구가 눈에 들어왔다. 정상이었다. 멀리 3763m 높이의 볼칸 데 푸에고와 3766m의 볼칸 데 아구아의 만년설이 보인다. 장엄하기만한 신의 정원은 높은 하늘 아래에서 춤추듯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 마야의 숨결, 코판 루이나스
온두라스 최대 유적지인 코판 루이나스 지역의 한 석상. 중미 마야유적이 아직도 발굴 중이다.
과테말라를 벗어나자 잘 정비된 온두라스의 도로가 펼쳐진다. 중미 마야 유적을 대표하는 온두라스 최대의 명소 코판 유적으로 향하는 길이다.
온두라스는 원래 ‘깊은 연못’을 뜻하는 스페인의 항해용어. 150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최후 항해에서 발견한 온두라스는 미국 자본이 진출하면서 각종 기반시설이 정비돼 중미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자리잡았다.
인근 계곡의 온천지 아구아 칼리엔테에 잠시 여장을 풀었다. 산 속에서 수온 85도의 온천수가 흘러나왔다. 5도의 강물과 85도의 온천수가 합류하여 만들어낸 신비한 자연 온천탕이 별천지 같다.
다음날 비포장도로를 달려 코판 루이나스로 향했다. 코판 유적은 코판 루이나스라는 아담한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 온두라스 최서부에 위치한 코판 유적은 모타과강의 한 지류인 코판강 주변에 형성되었던 모판 왕조(기원후 700∼800년경)의 도시문명이다.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지는 코판 강을 따라 말을 타고 달렸다. 꼬박 2시간 동안 강과 초원을 가르며 달리자 코판 유적에 도착했다.
이곳은 4개의 지역으로 구분돼 있다. 첫 유적은 알타Q라고 불리는 4각 제단의 신전. 주변에 거대한 돌기둥이 서 있는 플라사 프린시팔이 두 번째이고, 코판 유적의 동쪽 숲 속에 위치한 코판 귀족들의 거주지 세풀수라가 세 번째다.
아크로폴리스 남쪽 계곡에 펼쳐진 웅대한 유적 숲은 현재 발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코판은 마야 천문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마야인들은 1년을 현대 천문학이 계산한 것(365.2422)과 거의 틀리지 않는 365.2420일로 계산한 바 있다. 이미 6세기경 인근 멕시코, 과테말라 등 각지의 천문학자들이 이곳에서 국제 과학 아카데미를 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지만 현명했던 과거 왕조에 대한 경이감을 안고 온두라스 최대의 경제도시 산 페드로 술라로의 이동을 준비했다.
함길수 여행칼럼니스트 ham9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