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인생이 금빛인생 됐소”
‘왕언니 블로거’ 김복례할머니
귀가 부드러워진다는 이순(耳順), 환갑의 나이에 블로그를 통해 새 삶을 얻었다고나 할까.
지난해 손자에게 컴퓨터를 배우고 블로거가 된 뒤 바깥세상에서는 4녀1남의 어머니이자 네 손자의 할머니, 동네 슈퍼마켓의 주인으로 살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왕언니’로 너무나 젊게 살고 있다.
블로그에서 수십년 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얘기나 생활정보를 풀어놓으면 ‘젊은 동생’들이 무척 좋아한다. 하루라도 그 반응을 보지 않으면 기분이 개운치 않으니 벌써 중독자인 모양이다. 그래서 오전 7시에 슈퍼마켓 문을 열고 밤 12시에 닫는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블로그의 세상에 빠진다.
나는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 컴맹’이었다. 지난해 봄 첫째 딸과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외손자 재열이가 ‘컴선생’을 자청하며 컴퓨터를 배워볼 것을 권했다. 나는 ‘엔터’ 키도 몰랐지만 사위와 딸, 손자에게 묻고 채팅, 메신저도 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컴퓨터가 먹통이라도 되면 직장에서 한창 바쁠 사위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 앉으면 눕고 싶다고 했던가. 까막눈이 떠지자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고 역시 딸의 권유에 따라 지난해 10월 주부 전용 사이트인 아줌마닷컴에 블로그를 만들었다. 블로그의 이름 ‘임학골’은 인천 계양구의 고향마을 이름에서 땄다.
블로그를 만드니 상상도 못했던 기쁨이 찾아왔다. 용기를 내 처음 글을 올렸을 때 ‘어린 동생’들이 올려준 댓글을 읽으며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서로 통한다는 감격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옛날 빛바랜 흑백 결혼사진을 올렸더니 “부모를 생각할 기회를 줘 감사하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남편의 간암 투병기를 올렸더니 완쾌를 비는 박수소리가 쏟아져 눈시울을 적셨다.
사위와 딸들은 블로그 속에서는 ‘친구 블로거’가 됐으며, 막내딸은 이렇게 말했다.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엄마의 시집간 날 얘기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엄마의 블로그를 통해 엄마도 같은 여자, 아줌마임을 알게 돼 너무 기뻐요.”
다른 블로그의 글을 읽는 것 또한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나는 블로그에서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얘기를 보고 있으며 블로그에서 세상의 온갖 유행을 읽는다. 나는 또 블로그에서 만난 보통의 젊은 엄마를 통해 우리나라의 밝은 앞날을 느낀다. 모두들 너무나 진지하게 살고 있으며 자녀교육, 사회문제, 시어머니 모시는 문제 등에 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부·인천 부평구 부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