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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뿌리읽기]경(慶)과 사슴가죽

입력 | 2004-03-11 18:19:00


경(慶)과 사슴가죽

慶은 지금의 자형에 의하면, 心과 치와 鹿의 생략된 모습으로 구성되었다. 心은 마음을 뜻하고, 치는 가다는 동작을 의미하며, 鹿은 옛날 축하할 때 가져가던 사슴 가죽을 뜻한다. 자형 그대로 풀자면 사슴가죽(鹿)과 같은 선물과 축하하는 마음(心)을 가지고 잔치 등을 벌이는 집을 방문한다(치)는 의미이다.

하지만 갑골문(왼쪽 그림)이나 금문에서는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치는 아예 없고, 心과 鹿으로 되었거나 文과 鹿으로 이루어져 있다.

文(오른쪽 그림)은 원래 죽은 사람 시신에 낸 칼집으로부터 ‘무늬’라는 뜻이 생겼다. 시신에 낸 칼집은 육체로부터 영혼이 분리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원시인들의 ‘피 흘림’ 행위의 하나였다.

이후 글자가 무늬에서부터 만들어졌기에 글자라는 뜻으로 확대되었고, 그러자 무늬를 나타낼 때에는 (멱,사)(가는실 멱)을 더해 紋으로 분화했다.

慶에 文이 들어간 것은 무늬가 아름다운 사슴 가죽이라는 뜻이고, 心이 들어간 것은 축하할 때는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뜻에서였을 것이다.

중국에서 吉禮(길례), 즉 결혼 때에는 사슴 가죽을 예물로 썼다고 한다. 사슴가죽이 예물로 쓰인 연유에 대해서는 옛날 짐승가죽으로 옷을 만들었던 시절 사슴 가죽을 선물함으로써 남자가 사냥할 능력이 있음을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대 중국신화에 의하면 사슴 가죽은 여와(女(과,왜))와 伏羲(복희)씨를 매개해준 물건이다.

인류의 창조신으로 등장하는 여와와 복희씨는 대홍수 때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로서 원래 남매간이었다.

이들은 후손을 남기기 위해 交接(교접)을 해야 했지만 남매간인지라 중간에 구멍을 뚫은 사슴 가죽을 대고 교접을 했으며, 이것이 결혼의 상징 예물로 남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습속은 아직도 대만의 阿美族(아미족) 같은 고산족에게 남아 있어 그 흔적을 추적 가능하게 한다.

여하튼 慶은 결혼 때 선물하는 사슴 가죽을 말했고, 이후 慶祝(경축)하는 행위는 물론 慶事(경사)를 모두 지칭하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