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송영주씨(34)는 장보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인다. 반 년 전에 비해 물가가 많이 올라 시장을 보는 것 자체가 겁이 나기 때문.
송씨는 “6개월 전만 해도 5만원 정도면 주말의 가족 밥상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10만원 가까이 써도 잘 차렸다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들어갈 아들의 유치원 학비나 각종 과외비를 생각했을 때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부 당국자들은 경기가 살아난다고 주장하지만 도무지 현실감이 없어 함부로 돈 쓰는 것도 두렵다.
한때 해빙(解氷) 기미를 보이던 소비심리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또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저가(低價)구매 심리도 확산되는 추세다.
▽소비자 기대지수 5개월 만에 하락세 반전=통계청은 11일 내놓은 ‘2004년 2월 소비자 전망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6개월 후의 경기, 생활 형편, 소비 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96.3으로 1월(98.0)에 비해 1.7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소비자 기대지수가 전월에 비해 떨어진 것은 2003년 9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 기대지수가 100을 밑돌면 6개월 후의 경기, 생활 형편 등을 현재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가구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가구가 많고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를 가리킨다.
소비자 기대지수는 2002년 10월 97.1로 100 밑으로 떨어진 후 17개월째 90대에 머물고 있다.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95.6으로 올 1월 99.6보다 낮아져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음을 반영했다.
생활 형편에 대한 기대지수도 전달의 101.8에서 98.5로 주저앉았다.
소득계층별로는 300만∼399만원 계층이 104.9로 전달의 103.7에 비해 소폭 상승했을 뿐 대부분의 소득계층에서 전달에 비해 떨어졌다.
연령대별로도 30대가 99.8로 1월의 100.9에서 다시 90대로 떨어지는 등 모든 연령층에서 하락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 생활 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는 71.9로 1월의 72.6에 비해 1.7포인트가 내려갔다.
반 년 전보다 빚이 늘었다고 응답한 가구의 구성비가 27.7%로 1월의 25.3%에 비해 2.4%포인트 증가했다.
▽싼 물건을 찾는다=산업자원부가 11일 발표한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6.3%, 할인점은 10.8% 늘었다. 백화점 매출은 두 달 만에, 할인점은 석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는 영업일수가 작년 2월보다 이틀 늘어난 데다 졸업·입학 수요 증가 등에 힘입은 것으로 고객 한 사람의 1회 구매액은 백화점이 6.4%, 할인점은 1.7%씩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백화점의 1인당 구매 단가는 5만2923원으로 작년 10월 6만4979원과 비교해 5개월 만에 20%가 떨어져 저가 구매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