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처방이 나오는 시기가 늦은 데다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제대로 추진될지도 의문인 탓이다.
정부는 11일 김광림(金光琳)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정부과천청사에서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를 열고 물가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를 연평균 3% 안팎에서 안정시키기 위해 중앙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공공요금을 상반기에는 동결하고 지방 공공요금도 인상을 자제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키로 했다.
또 건강보험 약가(藥價)를 상반기 중 인하하고 이동전화 요금도 추이를 봐서 내리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아울러 원자재난을 완화하기 위해 12일부터 철근과 고철의 매점매석(買占賣惜) 행위에 대한 일제단속에 들어가는 한편 일본에서 철근 3만t을 긴급 수입키로 했다. 폭설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고추와 마늘, 양파의 정부 비축분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앙 공공요금의 경우 전기료만 소폭 내렸을 뿐 가스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는 올해 초 이미 1.4%와 4.5%씩 올라 상반기 중 관련 요금을 동결한다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 공공요금도 지자체 의회의 승인 사안인데다 작년 말부터 상·하수도, 버스, 택시, 지하철 등의 요금이 인상되기로 예정돼 있어 중앙정부의 요청이 수용되기 어렵다.
여기에 이동전화 요금은 정보통신부가 인하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재경부와의 ‘힘겨루기’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철근 수입량 역시 올해 건설업계 수요(1120만t)의 0.26%에 불과해 수급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정통부 등 같은 정부 부처는 물론 지자체의 협조도 어려워 물가관리가 힘들다”며 “지난달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생산자 물가가 2·4분기(4∼6월) 중 소비자 물가로 전가될 것을 감안하면 올해 물가는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