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리핀 최북단 바탄제도에서 실시된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군사훈련 때문에 중국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20일로 다가온 대만의 총통선거 때문이다.
1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필리핀 합동군사훈련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해 ‘내정 간섭’을 하는 듯한 중국에 대해 미국이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된 바탄제도는 대만 남단에서 7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상주인구는 6700명이며 목축이 주산업. 비행장 활주로 길이가 1.3km에 불과해 이번 훈련 때도 미군의 C-130 대형 수송기가 다섯 번이나 선회하다 겨우 착륙했을 정도다.
훈련내용도 대단치 않았다. 실탄사격이나 부대 전개, 상륙작전 등 자극적 훈련은 전혀 없었다. 참가 규모도 미군과 필리핀군 의료팀 20여명이 전부. 양국군 의료팀은 이 섬에서 주민들에게 건강진단을 해주고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줬을 뿐이다. 마치 벽지 대민 의료봉사활동처럼 보였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 사태에 대비한 미군의 포석으로 판단해 발끈한 것은 바탄제도의 전략적 가치 때문.
중국과 대만이 대치 중인 대만해협에서 반경 500km 이내에 미군이 사용할 만한 육지라고는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유력한 군사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도 2001년 보고서에서 대만 사태에 대비한 즉각적인 대응체제 구축의 거점으로 이 섬을 꼽은 바 있다.
바탄제도가 지도상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초미니 섬’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 섬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미-필리핀군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필리핀을 통치했다. 1946년 독립 후에도 수비크만과 클라크 공군기지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켰다. 1992년 민중혁명의 여파로 필리핀 의회가 기지사용 승인을 거부한 뒤 전원 철군하긴 했지만 2001년 9·11테러 이후 해마다 합동군사훈련을 해오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