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로 보험도 들고 부동산을 사기도 하고 여러 준비를 한다. 현재 있는 것, 현재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시부모와 며느리의 관계에서도 미래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며느리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수 시부모들은 아직 젊고 경제력이 있고 힘이 있을 때는 며느리를 별로 배려하거나 인정하지 않다가 늙고 힘이 없어지면 짐을 며느리에게 지우는 것 같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며느리의 마음에는 이미 억울함이 가득 차게 된다.
낯선 집안으로 시집와서 어색하기만 한 새댁 때, 며느리들은 자그마한 일이라도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시부모는 통상 더 큰 것을 요구하고 지적한다. 그렇게 20여년이 흐르면 보통 시부모들은 70세가 넘고 팔순 가까이 된다. 그 연세가 되면 건강한 사람이건 아니건 내일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의 시아버님도 무서운 꿈을 꾸고 오전 2시에 나에게 전화를 해 4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집으로 와 달라고 하실 때도 있다. 전화를 받고 달려가기는 하지만 순간순간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서운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내 옆집의 한 주부는 팔순이 넘은 시어머니가 건강이 나빠져 지난해 추석 무렵부터 며느리인 자신의 집으로 살기 위해 오셨지만 이미 억울한 마음이 차 있기 때문에 잘해 드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당신이 젊었을 때는 시누이들과 서로 돕고 재미있게 살다가 이제 와서 며느리밖에 없는 양 와 계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부모는 시부모대로 이런 며느리가 서운할 테지만 억울함이 누적된 며느리의 마음이 쉽게 돌아서겠는가.
시부모가 아직 젊을 때 며느리를 대우하고 배려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도 할 것이다.
이옥순 주부·대전 유성구 전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