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눈]손효림/변죽만 울린 학원단속

입력 | 2004-03-11 19:23:00


서울시교육청이 석 달 동안 대대적으로 ‘불법 고액 과외 및 학원 특별 단속’을 벌인 끝에 11일 내놓은 결과는 초라하기만 하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87일간 특별 단속을 벌여 모두 5553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지만 당초 주요 단속 대상으로 삼았던 현직 교사 과외는 3건, 고액 과외는 2건에 그쳤다. 적발 내용을 살펴보면 미신고 개인 과외 285건, 수강료 초과 징수 516건, 수강료 변경 미통보 379건 등 행정적 잘못을 저지른 학원이나 개인 과외 교습자가 대부분이다.

300여명을 동원해 예산 3억5000여만원을 써 가며 포상금까지 내걸고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이번 단속이 변죽만 울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 ‘족집게 과외’ 강사들이 이미 한몫 챙긴 뒤 단속이 시작돼 학원가에서는 정규 학원만 적발 대상이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번 단속은 처음부터 그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물론 오후 10시 이후의 심야 교습이나 수강료 초과 징수 등이 줄어드는 등 나름대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교육청은 대대적인 단속으로 불법 고액 과외에 대한 예방 효과를 충분히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벤트성 단속보다 중요한 것은 사교육의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학교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교육청은 올 1월에도 10여 차례에 걸쳐 학생들과 학부모를 동원해 ‘학교 교육 정상화 추진대회’를 열고 가두행진을 벌여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일선 중고교에서는 교사들이 수준별 수업에 필요한 교재와 인력, 적정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시교육청이 이벤트성 과외 단속에 투입한 인원과 예산을 교재 및 프로그램 개발에 썼다면 지금쯤은 학생들이 눈높이에 맞춘 교재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교육청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학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불법 과외나 선행 학습을 줄이기 위한 해법은 단속이나 캠페인이 아니라 학교에 있다.

손효림 사회1부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