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지방의회 의원들이 폭설피해를 외면한 채 관광성 연수를 떠나거나 뇌물을 챙기다 잇따라 구속되는 등 온갖 추태를 부려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경북도의원 9명은 8일부터 10일까지 ‘선진복지시설 연수’라는 명분으로 제주도를 방문했다.
경북 북부지역이 폭설로 큰 피해를 당해 주민들과 군인, 경찰, 공무원 등이 복구작업을 하느라 땀을 흘리는 동안 이들은 제주도의 호텔에서 바다경치를 즐겼다.
경북도의회 측은 “예정된 일정이어서 취소하기 어려웠다”는 군색한 변명을 했다.
또 최근 구미시의회는 사용 중인 의회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4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시의원 8명의 전용사무실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구미YMCA는 성명을 내고 “구미시의회는 주민세금을 낭비하는 비상식적 발상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구미시의원들은 지난해 12월 본회의장에서 의원끼리 멱살잡이로 비난을 산 데 이어 올 1월에는 2명이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구미시의회는 “뼈를 깎는 반성으로 주민을 위한 의회로 거듭나겠다”고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특히 경북도의회 최모 의원(53)과 영덕군의회 하모 의원(50)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이들은 영덕 삼사해상공원 부근에 조성 중인 오션뷰 골프장 조성과 관련해 업자로부터 “잘봐주겠다”며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는 지난달 대전에 모여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실천해 지방의원의 품위를 지키고 주민에게 신뢰를 받는 의원이 되겠다”는 윤리강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경기불황으로 주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앞에서는 주민세금으로 된 보수를 받고 뒤로는 뇌물을 챙기는 지방의원들이 무슨 주민의 대표냐”고 비난했다.
지방행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방의원 숫자를 대폭 줄이고 유능한 주민이 의회에 진출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지방의원 보수▼
광역의원은 매달 20일 의정자료수집 및 연구비 120만원, 보조활동비 30만원 등 총 150만원을 받는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71%와 50% 인상된 것이다.
또 회기 수당이 하루 8만원(연간 120일 기준)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총 활동비는 연간 2760만원(지난해 204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밖에 연간 해외여비를 1인당 180만원 사용할 수 있고 각 상임위원회별 공통경비로 책정된 금액을 의원별로 나누면 연간 610만원씩 식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광역의원 1인당 연간 3600만원 가량의 예산이 책정되는 셈이다. 의장단은 판공비가 별도로 책정돼 광역의회 의장은 연간 4800만원, 부의장 2400만원, 상임위원장 1440만원 등을 쓸 수 있다.
기초의원은 의정활동비가 월 55만원에서 올해 90만원으로 인상됐고 보조활동비(월 20만원)가 신설됐다. 회기수당(연간 80일 기준)이 하루 7만원으로 연간 1880만원을 받는다.
또 연간 해외여비로 130만원, 상임위 공통경비 가운데 1인당 480만원을 각각 쓸 수 있다. 기초의회 의장은 연간 2760만원, 부의장은 1200만원, 상임위원장은 840만원 등을 판공비로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