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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연쇄테러, 누구 소행인가?

입력 | 2004-03-12 16:10:00


마드리드 연쇄 열차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에 이슬람 무장 세력 알 카에다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사건이 있은 직후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알 카에다 명의의 성명이 런던의 한 언론사로 전달되는 등 여러 정황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일 현재까지 테러 사건의 정확한 배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여전히 이번 사건이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 ETA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출근 시간대인 11일 오전 7시30분쯤 발생, 최소한 192명의 사망자와 1421명의 부상자를 낸 이번 사건을 두고 스페인 정부는 가장 먼저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인 ETA의 소행일 것으로 주장했다.

ETA는 1968년 이후 각종 테러로 850여명의 희생자를 낸 악명 높은 테러 단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총선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ETA가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정권에 대해 보내는 메시지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스나르 정권은 2000년 집권 이후 바스크 분리주의 세력에 대해 강경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ETA가 즉각 테러 혐의를 부인하고, 알 카에다가 스스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혐의는 점차 알 카에다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일간지 '알 쿠드스 알 아라비'는 테러 직후 알 카에다 산하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 명의로 된 성명이 신문사로 전달됐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성명은 알 카에다가 마드리드 테러와 9일 터키 이스탄불의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탄불 테러에서는 2명이 숨졌다. 성명은 이 사건이 "십자군의 일원이며 미국의 동맹국인 스페인과의 구원(舊怨)을 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마드리드 외곽에서 코란을 아랍어로 녹음한 테이프와 기폭장치가 실린 차량이 발견된 점도 알 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 스페인 경찰은 마드리드 외곽 알칼라 데 헤나레스 마을에서 7개의 기폭 장치가 실린 벤 차량을 발견했다. 테러 수법 역시 9·11 테러와 마찬가지로 동시 다발 폭발로 인한 대량 살상을 노린 것이어서 전형적인 알 카에다의 수법과 일치한다.

하지만 BBC 방송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사건 조사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 스스로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기존 알 카에다의 방식과는 다르다"며 알 카에다가 배후 세력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ETA가 지금까지 테러에 사용해왔던 것과 같은 유형의 원격 조종 다이너마이트 폭탄이 사용된 것은 ETA가 여전히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