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복지원 정신지체장애인들과 구능회씨 가족이 기타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권주훈기자
“행…복…해…요.”
7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다니엘복지원 예배당. 서투른 손동작으로 드럼을 치던 정신지체 3급 장애인 김민중씨(23·가명)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했다.
“틱 톡 틱 톡.” “띵 띵.”
김씨 등 정신지체장애인 6명이 박자와 음정이 정확지는 않았지만 드럼 기타 피아노 등을 연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 많이 좋아진 거예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가르치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구능회(具能會·50·신용보증기금 감사반장)씨 가족 4명은 일요일이면 항상 이곳을 찾아 부모가 없는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4년째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구씨 가족은 온가족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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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6·25전쟁 고아들을 위한 수용시설로 설립된 다니엘복지원은 1972년부터 국내 최초로 부모 등 친지가 없는 무연고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보호하고 이들을 위해 특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버지 구씨는 드럼, 딸 자원(慈元·18)양은 피아노, 아들 자정(滋正·17)군은 기타와 리코더를 가르친다. 구씨의 부인 정마리아씨(45)는 장애인들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자원이와 자정이가 좋아하고, 무엇보다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가족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려요.”
하지만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악보는커녕 노래 한 소절을 따라 연주하는 데 한 달이 더 걸렸다.
“그래도 2년의 연습 끝에 학생들끼리 ‘에델바이스’ 노래를 연주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때는 정말 가슴이 뭉클했죠.”
어머니 정씨는 “일요일이면 복지원 정문 앞에까지 내려와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 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딸 자원양은 지난해 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일요일에도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자원양은 검정고시에 합격해 동기들보다 1년 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자원양은 “일요일마다 쉬고 싶기도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봉사하는 것이 더 좋았다”면서 “법조인이 돼서도 항상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꼭 다시 와야 돼.”
2시간여의 음악시간이 끝나자 장애인 학생들은 쌀쌀한 날씨에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건물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구씨 가족을 배웅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