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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비목어’…고단한 현실-따뜻한 시선 ‘어른 동화’

입력 | 2004-03-12 21:14:00


◇비목어/정호승 지음/167쪽 9000원 아침바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정호승씨가 쉽고 따뜻한 글들을 읽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쓴 ‘어른 동화 모음’이다.

정씨는 소설 데뷔작인 ‘위령제’(82년)에서도 아버지의 시신을 이장(移葬)해야 하는 의사 아들과, 이장일을 맡은 일꾼과의 인연을 찬찬히 들추면서 무겁게만 느껴지는 죽음의 문제를 쉽고 촉촉하게 접근하는 인상적인 이야기 솜씨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물고기 개 새 꽃나무 등을 등장시켜 삶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사랑 이야기들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펼쳐 나간다. 표제작인 ‘비목어’는 외눈박이 물고기가 자기 짝을 찾아나가는 힘겨운 여로를 통해 농익은 낙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질박한 붓놀림으로 소녀들을 그려온 화가 박항률씨의 삽화와 글이 잘 어울리는 작품집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