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에 지문을 남기지 말 것.’ 도둑이 염두에 두고 있는 제1 철칙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장갑을 끼거나 지문을 없앤다 해도 별 소용이 없을 전망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형태를 가진 귀의 흔적이 범인을 잡는 유력한 단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 영국 리즈대 법의병리학팀이 현장에 남겨진 귀의 흔적을 이용해 도둑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손가락 무늬의 흔적이란 뜻의 지문(指紋)과 함께 ‘이문(耳紋)’이 범인 식별에 본격적으로 동원될 태세다.
도둑은 집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창문이나 현관문에 귀를 갖다대기 마련이다.
영국의 경우 범죄현장의 15%에서 ‘이문’이 발견된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귀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를 확보해 유전자를 채취할 수도 있다.
‘이문’은 영국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스위스에서도 현재 범인 체포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범인의 귀 모양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때 일일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연구팀의 가이 어티 교수는 “이번 시스템을 이용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경찰끼리 범인색출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