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내정 문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무관심한 채 있을 수 없다. 북한핵 문제 하나만 해도 그간 강화해 온 한미일 3국 결속을 굳게 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때이다.
정책상 대혼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리기까지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되고 고건 총리가 대행한다. 정치 공백의 영향이 최소한에 그치고 정권이 하루 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
노무현 정권 발족 후 혼란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원인은 내달 총선거를 앞둔 정당과 정권의 속셈이다.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노 대통령이 여당지지 발언을 계속하는가 하면 부정과 부패로 국정의 정당성을 잃었으며 경제도 파탄시켰다는 한나라와 민주 양당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 늘 정권에 비판적인 주요 신문조차 이런 사태를 부른 제1의 책임은 노 대통령의 고집에 있다고 하면서도 야당에 대해 ‘이것이 탄핵사유가 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논조를 펴왔다. 여론조사에서도 국정 불안을 걱정해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두 야당은 각기 심각한 내분을 안고 총선 후보 공천마저 뜻대로 못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도 낮다. 게다가 정계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분다. 대통령 탄핵을 통해 당내 결속을 지키려 했던 감도 있다.
대통령의 자세도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야당을 달래지 않고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석은 10분의 2에 못 미쳐 노 대통령의 기반은 몹시 취약하다. 탄핵을 야당의 횡포로 인상 지워 총선에서 의석을 대폭 늘리려 했던 것이었을까.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다. 쌍방이 고집만 부리고 타협 가능성을 닫아둔 채 갈 데까지 가고 말았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깜짝 놀랐을 사태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정계에는 지금도 지역감정, 보스 지배, 금권이 활개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그런 풍토를 파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노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그런 분위기에서였다.
이번 혼란을 새 시대로 가는 길목의 어려움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정쟁이 길면 잃어버리는 것도 많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란 한국의 빛나는 성과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상처받는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리=조헌주 도쿄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