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문제와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는 헌법재판소가 기각 또는 탄핵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릴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언제 결정할 것인지’도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다. 같은 결론이라 하더라도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정치 사회 경제 등에 미치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거꾸로 결정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가 결정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시기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총선이다.
헌재의 통상적인 결정 과정과 절차를 생각해 보면 헌재가 총선 이전에 탄핵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의견서를 제출받고 피청구인(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답변서도 받아야 한다. 사실조사와 함께 당사자들이 직접 진행하는 변론도 들어봐야 한다. 해외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도 시간과 인력이 만만치 않게 든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의 황도수(黃道洙) 변호사는 “통상적인 기준으로 보면 총선 이전에 결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다수 의견은 “이번엔 통상적인 절차와는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 사안 자체가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중대 사안인 데다 정치경제적 안정을 고려할 때 시급성을 요하기 때문이다.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총선 이전에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총선 이후에 결정할 경우 헌재의 본뜻과는 다르게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헌재가 총선 이전으로 결정을 서두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총선 이후에 결정할 경우 헌재가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먼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壓勝)을 한 뒤 헌재에서 탄핵기각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다. 이럴 경우 ‘총선 민의가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거꾸로 여당이 참패한 뒤 헌재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에도 ‘정반대의 오해’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
반면 총선 전에 결정을 내릴 경우 헌재의 결정 내용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헌법정신을 따지는 추상적 논의를 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주는 당파적 판단’을 혼입시켰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것. 헌재로서는 큰 부담이다. 굳이 ‘일사천리식 진행’이라는 지적을 들을 이유도 없다.
현재로서는 헌재가 ‘신속’에 무게를 둬 총선 전에 결정할지 ‘정확’에 비중을 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리할지 단언하기 힘들다. 어느 경우에도 득이 있고 실이 있기 때문이다.
헌재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쉬 예상하기 힘들다”면서도 “헌재의 구성 자체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 데다 헌재 재판관들도 헌재 자체의 위상을 중시하기 때문에 결정이 의외로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