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계 소비붐이 계속될 수 있을까?
‘미국의 가계 빚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시각이 늘어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간한 계간지 ‘금융과 발전’ 3월호를 통해 ‘미국 가계는 생각하는 것 만큼 어려움에 처해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올해까지 12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가계 소비붐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미국 소비가 늘어난 덕분에 동아시아국가들은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9·11테러 사태, 2001년의 세계적 주가 폭락과 이어진 경기침체, 기업 스캔들 등 온갖 악재의 영향력을 일정 수준에서 차단한 것도 건실한 가계소비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가계 소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늘었다.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982년 12%에 달했던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률은 현재 4%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빚은 120%에 육박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걱정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은 집값 ‘거품’이 붕괴할 가능성. 현재 미국의 주택보급률은 68.5%에 달하고 있어 상당히 높은 수준. 때문에 주택가격의 하락은 가계가 지닌 자산가치의 하락을 의미하고 소비의 급속한 위축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금융과 발전’은 최근 발표된 IMF의 미국경제 연례 보고서를 인용하며 “미국의 가계 소비는 늘어난 수입과 자산가치의 증가에 비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1995년 말부터 2003년 6월 사이에 집값은 3조 2500억달러, 주가는 2조7500억달러 수직상승했다. 보유 현금과 채권의 가치도 6조5000억달러나 늘어났다.
또 느슨한 통화정책 덕분에 가계소비를 늘릴 수 있었다.
2000년에 6.5%였던 연방기금 목표금리는 현재 50년 만의 최저수준인 1%에 머물러 있다. 과거보다 줄어든 보유주택의 원리금(모기지)을 내고 남은 돈으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낮은 금리 덕분에 가처분 소득대비 원리금 지급비율은 가계 빚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8%선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과 발전’은 향후 주가의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가계 가처분 소득이나 보유 자산의 가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집값의 상승 폭도 가계수입의 증가비율을 넘어서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품’이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적다고 덧붙였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