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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포커스 피플/‘과외봉사’ 남부소방서 의무대원들

입력 | 2004-03-14 22:58:00


“대학생 신분으로 과외를 할 때보다 더 책임감을 느낍니다.”

“꼼꼼히 가르쳐 학생들의 성적이 쑥쑥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인천남부소방서 의무소방대원들이 주민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내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 무료로 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서은철(24·연세대 문헌정보학과 01학번), 김현우(23·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01학번), 이현무(24·인천대 동북아통상대 99학번), 윤성혁(25·서울대 전기공학과 99학번), 김상호씨(22·서울대 사범대 02학번) 등 5명의 의무소방대원이 주인공.

의무소방대원으로 자원입대한 이들은 소방서에서 군(軍)복무를 대신하고 있다.

이들은 소방서가 주민을 위한 특색사업으로 초등학생 5, 6학년과 중학생 1, 2학년을 대상으로 학습지도교실을 열기로 하자 주민에게 봉사할 기회가 왔다며 기꺼이 나섰다.

학생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대학시절 ‘과외 선수’로 통했다.

제대를 4개월 앞둔 최고참인 수방 서씨는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첫 수업이 열린 3월 2일 모두 40여명이 소방서를 찾았다.

석천초교 6학년 박형순군(12)은 “꼼꼼하게 가르쳐 주니까 머리에 쏙쏙 들어와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교실은 11월 말까지 토,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5시 반부터 7시 반까지 소방서에서 열린다. 여론조사결과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많았던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을 교육하고 있다.

이들 소방대원은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러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교육을 할 계획이다.

또 시험에 앞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할 때는 별도로 시험공부를 지도할 생각이다.

소방대원의 평상시 임무는 소방관과 다를 게 없다. 화재 현장이나 구조, 구급현장에 소방관과 함께 출동해 각종 지원임무를 맡고 있다.

24시간 일한 뒤 하루를 쉬는 근무방식이어서 화재나 구조현장에 서너 차례 출동을 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기도 한다.

이들 대원은 다른 대원이 자유시간을 갖는 시간에 개인시간을 쪼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일방 이씨는 “친동생을 가르친다고 생각으로 수업이 열리기 전 초등교과서를 서너 번씩 읽고 학습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소방서는 이 교실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도 열 계획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