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들이 연일 한국의 탄핵정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에도 한국의 내부시스템이 무리없이 가동되고 있으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탄핵 반대시위에 수 만명이 참가하는 등 탄핵 반대 및 지지세력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병 총 집합=영국의 FT는 대통령 탄핵사태가 한국사회에 내재된 각종 병리현상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1950,60년대 미국과 유럽사회에서 보였던 세대간의 갈등이 탄핵을 계기로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비롯, 재벌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노사문제 등 뿌리 깊은 문제들이 탄핵문제로 어떻게 변화될 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탄핵문제도 따지고 보면 정치와 경제분야의 서로 다른 대치점에 선 세력간의 물러설 수 없는 세력다툼이라는 견해도 실었다.
▽대규모 시위에 대한 반응=CNN은 13,14일 수만명의 시위대가 서울 도심으로 몰려나와 촛불과 플래카드를 들고 탄핵반대 시위를 벌인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울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수만명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탄핵 무효'를 외쳤다며 이 장면은 2002년 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던 대규모 반미 촛불시위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총선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보수진영과 노대통령 지지세력간의 대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어느 쪽이 유리한가=LA 타임스는 이번 탄핵위기가 노 대통령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이라크 파병결정에 실망했던 핵심 지지층인 20~30대의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드로사는 "(탄핵사태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장 즐거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치상황이 탄핵사태로 유동적이 되면서 북핵 위협의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퇴색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탄핵사태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북한을 무장해제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반길만한 뉴스는 아니다"고 전제하고 "한국을 우스꽝스런 공화국(joke republic)으로 보이게 하는 일들은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위협의 심각함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새 대통령을 정권 찬탈자로 낙인찍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정국불안 가능성을 점쳤다.
▽한국은 안정될 것=LA 타임스는 "탄핵사태로 한국이 통제를 벗어나 겉돌고 있다는 우려는 찾아볼 수도 없으며 시스템도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중남미 소국인) 아이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고건(高建) 총리의 풍부한 행정 경험과 안정된 통솔 방식이 안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을 방문중인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5일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노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