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長江)의 흐르는 물은 막을 수 없다’는 중국속담이 있다.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자연의 섭리를 얘기할 때 으레 등장하는 말이다.
한국남자농구를 호령했던 TG삼보 허재가 은퇴를 발표했다. 또 한 시대를 풍미한 정인교(삼성) 강동희(LG) 정재근(KCC) 등도 은퇴의 기로에 서 있다. 여자농구에선 ‘원조 얼짱’ 전주원(현대)이 지난 올스타전을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났다.
여기서 새삼스레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다만 늘 장강을 채워주는 물처럼 그들이 떠난 자리를 누가 받쳐줄 지가 궁금하다.
여자 농구는 IMF 사태이후 팀 해체 도미노로 인한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눈에 띄는 신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농구는 아시아 정상권을 유지하며 FIBA 랭킹 6위에 올라 있을 만큼 국제 경쟁력이 상당하다. 앞으로 구조적인 인프라 구성과 함께 우수 신인들을 양성하고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농구인들의 몫이다.
아울러 명문 여자대학농구팀의 부활과, 라이벌 관계인 연세대와 고려대의 여자팀 창단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한다. 여학생들이 농구를 해도 명문대학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우수한 지망자가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자농구에서는 김승현(오리온스) 김주성(TG삼보) 방성윤 하승진(이상 연세대) 등등이 든든히 뒤를 이어주고 있다.
김승현은 인천 송도고교시절 무명선수였고 팀 성적 또한 좋지 않아 명문대 스카우트의 관심권 밖이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일찌감치 파악한 동국대 최성호 감독의 지도로 오늘날 ‘김승현식 농구’의 기틀을 만들었다.
필자가 연세대 감독 시절에 집요하게 스카우트를 시도했으나 중앙대에게 빼앗긴 김주성과 유일한 대학생 대표선수인 방성윤 등은 한국을 20년 만에 아시아경기 정상으로 이끈 주역들이다. 이들의 능력은 앞서 언급한 선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NBA 입성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는 하승진이 있기에 당분간은 안심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 눈에 띄는 신예들이 없다는 불안한 마음이 결코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MBC 농구해설위원 cowm5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