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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미국의 도움없인 경제성장 어렵다”

입력 | 2004-03-15 18:41:00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의 패배 뒤에는 ‘USA 프로젝트’로 불린 그의 이라크 정책 및 대테러 정책에 대한 민심이반이 자리하고 있다.

▽실패한 ‘USA 프로젝트’=아스나르 총리는 국내의 거센 반전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적극 동참하고 이라크에 파병했다.

이라크전 직전인 지난해 2월 여론조사에서 스페인 국민의 92%는 이 전쟁에 반대했다. 유엔이 승인하더라도 전쟁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82%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스나르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전 지원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1300명의 병력을 파견했고 4년간 3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스나르 총리의 명분은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미국의 도움으로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서도 어려운 자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USA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실제로 스페인은 미국 자본의 투자로 매년 3∼4%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런 경제성장도 스페인 국민의 이라크 파병 반대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정보장교 7명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피살되면서 파병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국민의 철군 요구가 다시 터져 나왔지만 아스나르 총리는 “철군은 테러리스트의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이라크 주둔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강경 일변도의 바스크 분리주의 대책=1996년과 2000년 총선에서 연승을 거둔 아스나르 총리는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인 자유조국바스크(ETA)의 테러 방지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왔다.

ETA는 스페인 내전(1936∼1939) 때 공화파를 지지했다가 파시스트인 프랑코 군에 무차별 학살당한 뒤 스페인에 강제 통합됐다. 79년 자치권을 부여받았지만 완전독립을 주장하며 무장 투쟁을 계속해왔다. 이들의 테러로 숨진 희생자만 800명이 넘는다.

아스나르 총리도 95년 ETA의 자동차 폭탄테러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게다가 민족주의를 앞세운 아스나르 정부로서는 바스크의 분리를 용납할 수 없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