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칼날잡기냐, 위기를 틈탄 투자 기회냐.”
‘탄핵 후폭풍’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주가 향방에 증시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하락한 만큼 추가 반등을 노리고 저점 매수에 나서 볼 만하다는 주장과 주가의 변동성이 큰 만큼 무리한 투자를 경계하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등의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주가가 10∼20% 급락한 뒤 정국 안정 여부에 따라 반등한 예를 들며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 신삼찬 연구원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 등을 볼 때 주가의 장기적인 흐름은 여전히 상승 추세이기 때문에 투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15일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결과와 상관없이 지난 1년간 지속됐던 정치적 극단 상황이 해결점을 찾는 호재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저점 매수의 기회=고원종 동부증권 부사장은 “당분간 820∼840대에서 외국인의 매도를 소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외국인 주도의 상승장에서 소외된 일반투자자에게는 대형 우량주의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고 부사장은 “1개월반의 투자 기간을 잡고 삼성전자, 포스코, LG전자 등 블루칩에 대해 단기 매수를 할 필요가 있다”며 “지수가 1,000선에 근접하면 서서히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 유입으로 반등했고 국내외 기업들의 1·4분기(1∼3월) 실적 기대감이 유효하다”며 “2·4분기의 추가 상승을 앞두고 우량주 비중 확대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동원증권은 △미국 증시의 약세 △중국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국내 증시의 장기 상승으로 인한 피로 누적 △탄핵 장세 등으로 당분간 증시가 불안정한 급등락 패턴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당분간 870선을 넘어서기 힘든 횡보 국면”이라며 “총선 이후까지를 염두에 두고 800∼850선에서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중한 투자자세 필요=탄핵 결정이 외국인투자자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잠시 물러나 있을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세계 경제의 변곡점 도달 가능성과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감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 증시 매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탄핵 결정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 여력이 사라지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놨다.
메리츠증권 유성엽 연구원은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단순 가격 메리트를 노린 시장 대응은 위험하다”며 “매매의 빈도를 최소화하고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며 낙폭 과대 종목 거래도 단기매매로 국한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