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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이후]LAT “한국 국정시스템 차질없이 작동”

입력 | 2004-03-15 18:56:00


세계 주요 언론들은 연일 한국의 탄핵정국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에도 한국의 내부시스템은 무리 없이 가동되고 있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탄핵 반대 시위에 수만명이 참가하는 등 탄핵 반대 및 지지세력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병 총집합=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대통령 탄핵 사태는 한국사회에 내재된 각종 병리현상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1950, 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보였던 세대간 갈등이 탄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신문은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비롯해 불투명한 재벌 지배구조와 노사문제 등이 탄핵 사태로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따지고 보면 탄핵은 정치와 경제 분야의 대척점에 선 세력간의 물러설 수 없는 다툼이라는 견해도 실었다.

▽대규모 시위에 대한 반응=CNN은 13, 14일 수만명의 시위대가 서울 도심으로 몰려나와 촛불과 플래카드를 들고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인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은 서울 미국대사관 인근에 수만명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탄핵 무효’를 외쳤다며 2002년 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대규모 반미 촛불시위를 연상시켰다고 보도했다.

▽어느 쪽이 유리한가=LA타임스는 이번 탄핵 위기가 노 대통령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이라크 파병 결정에 실망했던 핵심 지지층인 20∼30대의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드로사는 “(탄핵사태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장 즐거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치상황이 유동적이 되면서 북핵 위협의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퇴색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탄핵 사태는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여겨지는 북한을 무장해제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반길 만한 뉴스는 아니다”면서 “한국이 우스꽝스러운 공화국(joke republic)으로 보이게 됨으로써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북한 위협의 심각성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노 대통령 지지자들은 새 대통령을 정권 찬탈자로 낙인찍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정국 불안 가능성을 점쳤다.

▽한국은 안정될 것=LA타임스는 “탄핵사태로 한국이 통제를 벗어나 겉돌고 있다는 우려는 찾아볼 수 없으며 시스템도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최근 대통령을 축출한) 아이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풍부한 행정 경험과 안정된 통솔 방식이 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을 방문 중인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5일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