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4일 아무런 예고 없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약 1시간 동안 면담했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는 아랍연맹 개혁 방안과 이달 말 튀니지에서 열릴 아랍정상회의 공동 의제가 거론됐다고 시리아 국영 TV가 보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시리아 방문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대중동 구상’에 맞서 독자적인 아랍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24일에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파드 국왕, 압둘라 왕세제와 함께 ‘중동 독자개혁 구상’을 공동성명 형식으로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을 방문하는 등 중동국가를 순회하면서 단일 의견 도출에 부심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아랍의 독자적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12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지역회의 연설에서 그는 △아랍 민중과 정부간 조화를 기초로 한 개혁 △대량살상무기 제거 △점진적이고 독자적인 개혁 등을 역설했다.
부시 행정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아랍 및 중동 국가들의 독자개혁 노력이 가시화하자 기존 계획의 수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중동과 유럽연합(EU) 국가의 반발에 밀려 미국이 대중동 구상을 폐기하고 새로운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6월에 발표될 개정안은 ‘대중동 구상’이라는 이름이 바뀔 뿐 아니라 중동 국가의 요구도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