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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1400원 시대…OPEC감산 유가 급등

입력 | 2004-03-16 18:24:00


사업 때문에 장거리 주행을 많이 하는 진성훈(陳成勳·34)씨는 주유소 가기가 겁난다. 작년 10월만 해도 한 달 기름값이 25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28만원은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간으로 치면 36만원을 도로에 더 뿌리고 다녀야 하는 셈이다.

진씨는 “가뜩이나 물가가 많이 오른 데다 휘발유값까지 계속 올라 차를 모는 게 부담이 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앞으로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과속과 공회전을 삼가야겠다고 덧붙였다.

국제 유가(油價) 상승 여파로 서울 지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556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유류(油類)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주 무연 보통 휘발유의 서울 평균 가격은 전주(前週)보다 10.27원 오른 L당 1403.66원, 경유 가격은 3.86원 상승한 900.58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휘발유와 경유 값이 1400원과 900원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유류 가격이 비싼 제주도에서도 휘발유 값은 13.50원 오른 1414.13원, 경유는 10.62원 상승한 929원으로 나타나 종전 최고가였던 작년 3월 이라크전쟁 직전 수준을 뛰어 넘었다.

또 인천(1378.17원)과 경기(1368.46원) 지역 휘발유 값도 140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가 상승은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減産)을 결정한 이후 국제 가격이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지난주 스페인에서 일어난 열차 폭탄 테러로 수급 불안 우려까지 가세돼 국제 유가가 더욱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실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5일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4월 인도분은 지난주 말보다 배럴당 1.25달러(3.5%) 상승한 37.44달러로 작년 3월 8일 이후 가장 높았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도 1.56달러(4.8%) 급등한 33.80달러로 장을 마쳤다.

또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은 20일 이동평균 가격이 30.01달러에 달해 이라크전 이후 처음으로 30달러를 돌파했다.

석유공사 구자권(具滋權) 해외조사팀장은 “2·4분기(4∼6월)부터 비수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추가 테러와 OPEC의 감산 결정이 실제 이행될 경우 고유가 추이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한편 라파엘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1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OPEC 회의를 마치고 “다음 달 1일부터 회원국들이 하루에 100만배럴씩 원유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해 감산 강행 방침을 확인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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