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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앞선 ‘특소세 인하’ 혼란 가중

입력 | 2004-03-16 18:32:00


재정경제부가 15일 17대 국회에서 특별소비세율 인하를 위한 법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특별소비세 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정부가 특소세율을 인하하거나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시행 시기와는 상당한 시차가 있어 생기는 소비자의 소비 지연 현상.

업계는 정부가 1월 말 밝힌 일부 품목의 특소세 폐지방침에 대해 시행시기가 내년으로 예정돼 있을 뿐 아니라 품목도 한정돼 있어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특소세 폐지의 조기 시행과 폐지 품목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특소세 폐지 방침은 귀금속, 고급시계, 골프용품 등의 특소세(세율 20%)와 녹용, 향수 등의 특소세(세율 7%)를 내년부터 완전 폐지하겠다는 것.

그러나 정부는 가전제품 등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가 폐지를 예시한 골프용품 등의 품목은 소비자가 구매를 늦춤으로써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 위축과 판매 부진으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골프용품협회 김형근 회장은 “최근 회원사들의 매출이 평상시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면서 “경기가 안 좋은 탓도 있지만 정부가 미리 특소세 폐지계획을 밝히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구입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도 매출 감소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상의는 정부가 밝힌 특소세 폐지품목의 비중이 징수세액 기준 2% 내외로 1000억원에도 못 미친다면서 내수 진작을 위해 에어컨과 프로젝션TV, PDP TV 등의 특소세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자동차에 대해서는 특소세 탄력세율을 재도입해 2000cc 초과의 경우 10%에서 7%로, 2000cc 이하의 경우 5%에서 3.5%로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것.

에어컨의 경우 이미 사치품이 아니라 대중소비품목으로 자리 잡았고 PDP TV는 디지털 신기술 개발촉진과 8월 아테네 올림픽을 앞둔 특수(特需) 충족이라는 차원에서 특소세를 폐지할 것을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대기수요를 촉발해 내수부진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에 대해 특소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떤 품목을 포함시킬지 검토 중이라는 답만 듣고 있다”며 마케팅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 중 특소세 부과품목은 매출액의 10% 미만”이라면서 “특소세 인하 방침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이 모든 가전제품에 특소세가 부과되고 있는 줄 알고 대부분의 가전제품 구입을 미루는 왜곡현상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 임일섭 연구원은 “부가가치세가 모든 품목에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반면 특소세는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품목에 부과돼 일종의 소득 재분배의 기능이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소비패턴의 변화로 전통적인 사치재의 구분이 모호해져 고가품에 대한 특소세 부과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