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사건은 △증거조사 △구두변론 △재판관 평의(評議)의 과정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 탄핵 심판 절차는 국회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청구인)으로 소추의결서 정본을 헌재에 제출함과 동시에 개시된다. 헌재의 구체적인 결정 과정과 전망을 살펴본다.
▽증거조사와 구두변론=헌재는 소추의결서 정본을 접수하고 표지를 붙여 사건기록을 편성한 뒤 그 등본을 피소추자(대통령)에게 송달한다. 대통령은 헌재에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다. 또 대리인을 선임하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 제출과 의견 진술, 필요한 증거조사 신청 등을 할 수 있다.
현행법상 탄핵 심판은 서면변론에 그치지 않고 구두변론을 반드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당사자의 주장과 반박을 직접 보고 듣는 과정에서 진상을 파악하거나 모순점을 발견하기 쉽고, 이런 부분에 증거조사를 집중시켜 신속하고 적정한 재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추위원인 법사위원장은 피소추자인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신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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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사건 심리과정에서 당사자의 요청이나 재판부 직권으로 △당사자나 증인 신문 △관련 증거자료 제출 요구 및 보관 △전문가 감정의뢰 △현장검증 △사실조회 등의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평의=심리 과정 전반에 대한 논의는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해 의견을 논의하는 ‘평의’를 통해 결정된다. 평의는 통상 매주 목요일에 열리지만 재판관들의 합의로 시기와 횟수가 변경될 수 있다. 사건의 주심재판관이 사건을 평의에 회부하려면 평의요청서를 작성해 각 재판관들에게 배포해야 하며, 재판장은 재판관들과 협의해 평의 일정을 확정한 뒤 평의안건 목록을 재판관들에게 통지한다. 평의안건에는 변론기일 선정, 노 대통령 소환 여부, 향후 재판 진행 절차 등이 포함된다.
평의에서는 주심재판관이 사건에 대한 검토내용을 요약 발표한 뒤 다른 재판관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의가 끝난 뒤에는 최종적인 표결 단계인 ‘평결’을 한다. 평결에서는 주심재판관이 먼저 의견을 내고 이어 후임 재판관부터 순차적으로 의견을 낸 뒤 재판장이 마지막에 의견을 내는 것이 관례다.
평결이 이뤄지면 주심재판관이 다수 의견을 기초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게 되지만 주심재판관이 소수 의견을 냈을 경우에는 다수 의견을 낸 재판관 가운데 결정문 초안 작성자가 정해진다. 결정문 초안이 재판부에 제출되면 검토를 거쳐 최종 결정문 원안이 확정된다. 결정 선고 이전까지는 개별 재판관들의 의견변경 요청에 따라 재평의를 할 수 있다.
▽전망=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면 대통령은 파면된다. 탄핵 심판은 별도의 이의절차가 없기 때문에 결정 선고와 동시에 효력을 갖게 되며, 탄핵으로 파면되면 5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된다.
재판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다수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결정문에 재판관 개개인의 의견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를 넘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결국 노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법해석’에 치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