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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음반 들어보니…]장영주 라벨-생상-프랑크

입력 | 2004-03-16 18:59:00


올해 23세가 된 ‘바이올린 여걸’ 장영주의 열세 번째 음반이 선을 보였다.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크트와 협연으로 라벨의 소나타, 생상스의 소나타 1번 d단조, 프랑크의 소나타 A장조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소나타 세 곡을 담았다. 그동안 일곱 장이나 되는 협주곡 음반에서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했지만, 그가 바이올린 음악의 또 다른 대표 장르인 소나타를 음반에 담아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 곡의 소나타 중 가장 인상적인 연주는 생상스의 소나타. 4악장에서 날렵한 활의 움직임이 사뭇 여유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재빠른 악구(樂句)에서도 음색의 변화를 십분 고려하고 있기에 끝손질이 잘된 유화 캔버스처럼 산뜻하다. 음색에 대한 고려라면, 철저히 인상주의적 기법으로 쓰인 라벨의 소나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때로 활의 속도를 한껏 낮춰 목이 멘 듯한 소릿결로 한껏 감수성을 드러내는 것이 장영주의 장기 중 하나다.

프랑크의 A장조 소나타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연주회 레퍼토리로 즐겨 선택하고, 첼로나 플루트용으로도 즐겨 편곡되는 ‘소나타 중의 인기곡’. 그런데 이 곡 연주의 경우 다양한 찬반양론이 있을 듯하다. 중음역(中音域)의 음색이 따뜻한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동안 듣던 연주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4악장에서 좀 더 앞으로 달려 나갔으면 싶은 것은 지금까지의 연주들에 귀가 길들었기 때문일까. 반주부 역시 낯선 분절법(分節法) 때문에 기존의 연주에 익숙한 귀에는 호흡이 유연하게 이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편 작품 해설지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언급돼 있다. 이 앨범에 실린 세 소나타의 작곡가는 모두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음악가 뱅퇴유와 자신을 동일시했다는 것. 프루스트는 이들 중 프랑크를 가장 존경해 연주자들을 자주 집으로 초청, 프랑크의 A장조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을 연주해 주도록 부탁했다고 한다. ★★★(별 5개 만점)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