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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촛불집회’가 문화행사?…정부 法잣대 하루새 오락가락

입력 | 2004-03-16 18:59:00


‘문화행사인가, 불법 야간집회인가.’

경찰이 서울 광화문 일대 등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집회 성격에 대해 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까지만 해도 경찰은 촛불집회를 ‘불법 야간집회’로 규정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5일 밤 집회를 주최하는 시민단체들이 “촛불집회를 문화행사로 신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6일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오늘 밤에 예정된 문화행사 차원의 집회(촛불집회)는 불법집회가 아니다”라고 맞장구를 치자 경찰이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 같은 논란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출발한다. 집시법 10조는 ‘누구든지 일출시간 전, 일몰시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되며 부득이한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조건을 붙여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신 집회가 아니라 문화행사나 종교행사라면 밤에도 열 수 있다. 촛불집회가 집회라면 불법이고, 문화행사라면 합법으로 해석되는 것. ‘부득이한 경우’ 야간집회가 법적으로 허용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집회도 이런 이유로 허용된 적이 없다.

경찰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단체들도 16일 “경찰이 촛불집회를 문화행사로 해석하고 허용한다면 우리도 주말부터 촛불집회에 나서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자칫하면 보수-진보단체간 촛불집회 공방전까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이 같은 혼란은 경찰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찰은 2002년 12월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졌던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 때 이를 ‘종교행사’로 규정하고 허용한 적이 있다.

야간집회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원칙 대신 집회를 ‘종교행사’라고 규정하고 허용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 최근 촛불집회를 문화행사로 규정하는 것도 이런 편법의 연장이라는 지적이다.

또 경찰은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했던 15일에도 광화문 일대 촛불집회를 인도에서 할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해 “경찰의 법 적용 기준이 모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13일부터 계속된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이 주최하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보빌딩 앞 촛불집회에 16일 밤에도 3500여명의 시민단체 및 시민들이 참가해 탄핵 철회를 요구했다.경찰은 이날경찰력 46개 중대 5000여명을 투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별 다른 충돌은 없었으며,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9시경 자진 해산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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