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유창한 한국어로 제게 말하더군요. LG카드를 꼭 살려내라고요. LG카드는 이제 국내외의 관심을 받는 중요한 회사입니다. 어렵더라도 반드시 살려 내겠습니다.”
박해춘(朴海春·56·사진) 신임 LG카드 사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3년 내에 회사를 정상화한 다음 비싼 값에 팔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1998년 20조원을 부도낸 서울보증보험을 맡아 되살려낸 경험과 지식이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6년 전 박 사장은 서울보증보험의 조직과 인력을 대폭 줄여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LG카드 구조조정은 다른 차원에서 하기로 했다. 기존 인력은 가능한 한 그대로 두고 돈이 되는 사업을 과감히 키우겠다는 것. 상생의 경영을 하겠다는 얘기다.
“영업 전략과 상품, 회사 운영 시스템을 ‘질 중심의 영업’ 위주로 구조조정하겠습니다. 회원을 실적에 따라 차별하고 새 회원은 철저하게 심사한 후 받아들여 소수 우량회원을 상대로 집중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겠습니다.”
유동성 위기로 약해진 시장 주도력도 회복하겠다고 했다. 과거 LG그룹 소속이라는 이유로 거래가 없었던 회사 등과 거래를 터 시장을 넓히고 1000만명인 기존 회원들을 활용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카드 빚 연체에 따른 손해를 막기 위해 다른 카드사와 보험 형식의 기금을 마련하고 금융회사들의 통합신용정보시스템(CB)을 설립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빚을 잘 갚지 않는 고객은 상당히 힘들게 할 계획이다. 채권 회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잘 키워놓은 서울보증보험의 전문 인력 10여명을 수혈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경영정상화의 책임을 맡은 이상 열심히 하겠다”며 “채권단과 직원, 고객들도 적극 협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