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왕‘터프한 선수’ 1위로 꼽힌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그린베이 팩커스의 쿼터백 브렛 파브르. 동아일보 자료사진
‘터프(tough)’하다는 말이 국내에서는 ‘마초(macho·사내다움을 뽐내는 것)’ 정도의 뜻으로 전락했지만 미국 스포츠 현장에서 ‘터프함(toughness)’이란 단어는 승리를 쟁취하는데 필요한 심리적인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선수는 누구일까.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최근호에서 터프함을 △육체적인 고통을 견디며 끝까지 능력 △강한 상대에 주눅 들지 않고 맞서는 기개 △심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는 정신력 △끈기 등 4가지로 규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가장 터프한 운동선수’ 10명을 선정했다.
▽플레이는 계속 되어야한다=1위는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브렛 파브르(34). 그린베이 팩커스의 쿼터백인 그는 92년 이 팀의 유니폼을 입은 이래 208게임 연속 출전했다. 격렬하기로 이름난 미식축구에서도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쿼터백은 상대 수비수들의 공격 대상 0순위. 그 만큼 부상도 많다. 그러기에 파브르의 208게임 출전 기록은 ‘기적’에 가깝다. 발목을 삐어도, 엄지손가락이 부러져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는 경기에 나섰다. 파브르는 터프함을 “모든 경기에 출전하는 것. 그리고 동료가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2위를 차지한 미국프로농구(NBA)의 앨런 아이버슨(28·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은 ‘농구코트의 전사’로 불린다. 1m83의 작은 키에 몸무게 75kg에 불과한 그가 2m대의 거구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며 플레이를 이끄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경이로움까지 준다. 고교 시절까지 미식축구 쿼터백을 했던 그는 “나는 몸을 부딪치는 것에 익숙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온 몸을 던질 때 아드레날린이 팍팍 솟는다”고 말한다.
▽불가능은 없다=세계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매년 프랑스에 열리는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꼽는다. 서로 부딪혀 넘어지고 병에 걸리거나 눈비가 내려도 21∼23일 간 3200∼3950km를 끝까지 달려야 하기 때문.
지난해까지 이 대회를 5연패한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32)을 USA투데이가 터프한 선수 4위에 올려놓은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그는 생존율 40%에 불과하다는 고환암에 걸려 고환 한 쪽을 떼어 내고 암 세포가 폐와 뇌까지 퍼져 뇌 조직 일부까지 도려내는 투병 끝에 99년부터 이 대회를 우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선 지난 3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켰으며 지난해 5월 여자 선수들에게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남자 대회에 도전한 아니카 소렌스탐(33)이 7위에 올랐다.
이 밖에 힘과 기술, 정신력에서 상대방을 압도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8)와 NBA에서 저돌적인 플레이로 상대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LA레이커스의 ‘공룡 센터’ 샤킬 오닐(31)이 각각 8, 9위에 선정됐다.
터프한 운동선수 10걸순위이름나이종목1브렛 파브르34NFL2앨런 아이버슨29NBA3스티브 맥네어31NFL4랜스 암스트롱33사이클5레이 루이스28NFL6스콧 스티븐스39 NHL7아니카 소렌스탐(여)34LPGA8타이거 우즈29PGA9샤킬 오닐32NBA10줄리 크로네(여)40경마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