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의 원주민이 타는 갈대배. 갈대를 엮어 만든 인공섬에서 산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라틴아메리카의 페루. 내가 페루를 찾은 것은 1992년 어느 날 워싱턴DC에서 '인티 이이마니'라는 잉카 음악 그룹의 연주를 듣고 나서다. 그 음악에 빠져 그 해 겨울 리마와 쿠스코, 마추피추, 티티카카 호수 등을 여행했다.
잉카에서는 음악이 생활이고 생활 자체가 음악인 듯 했다. 덕분에 한 달 가까운 여행길에 서 내가 체험한 그 독특한 음악과 고원의 유적지에서 만난 아름다운 들꽃은 그들의 들꽃 같은 삶이나 음악의 생명력처럼 강렬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라틴 아메리카의 가장 오랜 음악적 전통은 안데스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잉카 유적처럼 이 음악은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에 널리 퍼져 있다. 요즘 서울 거리에서도 쉽게 만나는 망토처럼 보이는 판초(전통의상)를 입고 팬파이프를 연주하는 폴크로레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바로 그것이다. 옛 인디오 것만 고집하지 않고 유럽(스페인)음악에서도 다양한 요소를 흡수하는 유연함. 이것이 안데스 민속음악의 강점이다.
안데스 음악은 잉카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지만 역시 중심은 잉카의 수도인 쿠스코이다. 쿠스코에 1, 2주 만 머물면 온갖 다양한 안데스 민속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 음악에 접근하기 가장 좋은 곳은 거리다. 거리의 음악가들은 뛰어난 연주자다. 몇 시간씩 서서 연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큰돈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주로 연주하는 것은 잉카 후예인 케추아족의 전통음악이다. 쿠스코에 가려면 태양제(인티 라이미)가 열리는 6월이 최고다. 수확을 축하하는 이 행사에서는 다양한 춤과 음악에 접할 수 있다.
마추피추는 잉카문명의 상징적인 유적이다.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높은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불가사의한 ‘공중도시’다. 그 산 아래로는 실타래에서 풀려 난 하얀 실처럼 계곡을 굽이쳐 흐르는 우루밤바 강이 내려다보인다.
●잉카 유적지 여행
출발지는 잉카의 옛 수도 쿠스코(리마 동남쪽 580km). 해발 3400m 높이의 분지여서 비행기에 내리면 고산증을 겪게 된다. 적응에는 최소한 한 나절이 필요하다. 마추피추는 쿠스코에서 기차로 간다. 우루밤바 협곡의 중간 역에서 내려 '잉카 트레일'(64km)이라는 500년 된 옛 길을 따라 접근하는 이틀 코스 트레킹(텐트 등 야영장비 대여)도 있다.
해발 3812m의 티티카카 호수는 쿠스코에서 기차로 12시간 거리의 푸노(페루 최남단)에서 가깝다. 호수에서는 보트로 한 시간을 달려 우로스 섬으로 간다. 이 섬은 갈대로 만들어진 인공 섬으로 거기에는 학교도 있고 교회도 있다. 이런 섬이 호수에 20여개나 된다.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 국경선은 호수 한가운데로 지난다.
●안데스 음악 듣기
70년대 초반 미국의 남성듀엣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a)가 크게 히트하면서 이 곡은 안데스 폴크로레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민요처럼 구전되다가 수집가에 의해 채집돼 대중에게 알려졌다.(1931년).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는 1970년 ‘로스 잉카스’(그룹)의 연주에 가사(영어)를 붙여 만든 것.
‘엘 콘도 파사’는 녹음 연주가 수십 종이나 되는데 두루 비교해 들어 보아도 좋을 만큼 각각 맛이 다르다. 이처럼 폴크로레 음악의 폭과 깊이는 안데스 산맥만큼 넓고 깊다.
◇음반
① The best of Folklore (universal 레이블)
연주/ Los Incas (페루)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엘 콘도 파사'에 나오는 연주가 담긴 음반. 페루
녹음 곡 / El Condor Pasa
② Music of the Andes (Saydisc 레이블)
연주 Caliche (칠레)
1991년 발매 음반
녹음 곡 / El Condor Pasa
③ Kingdom of the sun: Peru's Inca Heritage (Nonesuch레비블)
데이비드 루이스톤(미국)
1969년 발매 음반
잉카원주민 케추아족이 사는 페루 남부 산악의 전통마을 아야쿠초에서 현지녹음.
녹음 곡 / 아야쿠초 거리여 안녕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