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의 뿌리인 제조업 창업이 급감하고 있다. 경기 위축과 중국 등으로의 공장 이전(移轉)도 영향을 미치지만 창업을 적극 지원해야 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창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경제와 환경 등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제대로 조정되지 못한 채 편향된 규제가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높다. 한국에서 창업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 실상을 두 차례에 걸쳐 집중분석한다.》
▽송 사장의 8년간의 싸움=철강업체인 A사의 송모 사장이 충남 아산시에 공장용지 3만3000평을 산 것은 1989년. 당시에는 기업의 농지소유 금지로 등기 이전이 안돼 땅을 묵혔다.
96년 송 사장은 옛 준농림지 제도를 이용해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싸움이 8년째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선 땅 일부에 첫 공장을 세우려 했지만 ‘우량 농지’ 규정에 묶여 1년이나 늦어졌다. 개발행위가 비교적 자유로운 준농림지 제도를 이용하려 했지만 우량 농지는 국토이용계획변경 절차가 복잡했던 것.
이 때문에 98년 2공장을 지을 때는 규제를 빠져 나가기 위해 별도의 창업법인을 세워야 했다. 창업법인으로부터 공장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는 그 후로 5년이 걸렸다.
지난해 송 사장은 원자재난이 심해지자 아예 원료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1공장과 2공장 사이에 있는 공터에 3공장 설립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해 새로 시행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걸렸다. 법률에 따라 2종 지구단위계획을 먼저 수립해야 하며 이 경우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을 40%에서 60%로 높여준다는 것이다. 송 사장은 할 수 없이 1억5000만원을 들여 지구단위계획을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했다.
그런데 지자체의 회신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폐율을 36%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계획법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침에 따르면 계획관리지역(옛 준농림지)에서 공장 설립이 가능한 건폐율은 전체 대지 면적의 60%에 대해 60%까지만 해당되기 때문에 실제 건축물의 바닥 면적은 36%에 그친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었다. 정부 정책과 법률에 따랐더니 오히려 더 손해를 본 셈이다.
더구나 송 사장이 직접 관련 규정을 찾아본 결과 이미 건물이 조성된 지역에 새로 공장을 세울 때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까지 있었다.(국토계획법 시행령 53조)
송 사장은 이를 근거로 지자체에 항의했지만 주무 기관인 건설교통부에서 질의답변서를 받아 오라는 말뿐이었다.
이와 똑같은 질의답변서가 이미 있다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송 사장은 건교부에서 유권해석을 받은 뒤 지구단위계획 없이 건폐율 40%로 공장을 짓기로 했다.
“토지사용 허가에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나마 건교부와 지자체를 직접 뛰어다닌 덕에 빨리 끝난 겁니다. 그동안 일본에 발주해 놓은 기계의 이자 비용으로 매달 8억원을 허공에 날려야 했지요.”
▽더 힘들어진 제조업 창업=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장 설립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국토계획법 시행으로 인해 대지 면적이 1만m²(약 3030평) 미만이면 승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030평 이상 땅을 살 수 있는 자본력이 있어야 공장을 차릴 수 있게 됐다.
3030평 이상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전 환경성 검토가 의무화돼 자료 만드는 데만 50여일이 걸린다.
난(亂)개발의 주범으로 꼽힌 준농림지 제도가 지난해 관리지역으로 바뀌면서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농지법 39조는 도시지역과 계획관리지역, 개발진흥지구 안의 농지는 상대적으로 전용(轉用)이 쉽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관리지역을 2007년까지 계획·생산·보전지역으로 세분(광역시 인근은 2005년)하도록 돼 있어 지금은 전국 어디에도 농지법이 정한 ‘계획관리지역’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계획관리지역으로 세분되기 전까지는 공장 설립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지자체도 있다.
여기에 작년 10월부터 산지관리법이 발효되면서 공장 건축을 다 마쳐야 지목(地目)을 변경할 수 있게 돼 그 이전에는 땅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관련 서류와 인허가 절차도 대폭 까다로워졌다.
창업대행업체인 중앙기업상담의 김주광(金周光) 사장은 “정부는 창업을 촉진하겠다고 하지만 관련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며 “환경보전 등을 이유로 공장을 함부로 짓지 못하게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제조업 창업(공장 설립) 애로사항문제점내용부지면적 1만m²(약 3030평) 미만 공장설립 금지·소규모 제조업 창업 불가능
·2003년 말 현재 전체 공장(산업단지 제외)의 96.2%가 부지면적 1만m² 미만부지면적 1만m² 이상시 사전환경성검토 의무화·과도한 시간(약 50일)과 경비(약 1500만원) 소요계획관리지역 지정·국토계획법은 계획관리지역에서는 공장설립 제한을 덜 하고 있음
·하지만 각 지자체가 2007년 말까지 관리지역을 생산·보전·계획관리지역으로 세분화하도록 해 현행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는 계획관리지역이 표시되지 않아 공장 설립 불가(지자체에 따라 허가 여부가 다름)과도한 서류2002년까지는 창업자가 서류를 직접 작성할 수 있을 정도였으나 국토계획법 시행으로 전문 토목 측량설계사무소에 의뢰하지 않고는 서류 작성 불가능산지관리법 발효로 자금 부담 가중2003년 10월부터 산지에 공장을 지을 때는 공장 건축물 전체가 완료돼야 공장용지로 지목을 변경할 수 있게 돼 그 이전에는 땅을 담보로 자금 융통이 어려움자료:중소기업청, 한국창업경영컨설팅협회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