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무장한 경찰특공대가 배치돼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공항 내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영종도=이훈구기자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7일 “최근의 국제적 테러 대상 국가들이 이라크에 파병한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강력한 경보대상 국가”라며 “당장 정부 테러대책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세우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고 대행은 이날 오전 총리실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최근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연쇄 열차폭발 테러와 관련해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덕봉(金德奉) 총리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당초 정부는 다음 주에 테러대책위를 소집할 예정이었으나, 고 대행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후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관련기관이 참여한 대 테러실무위 회의를 연 데 이어 18일 테러대책위 본회의를 갖기로 했다.
고 대행은 “테러 정보의 교환 등에 있어 관계국간에 긴밀한 협조 협력체제를 구축하라”면서 “다음달 개통 예정인 고속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고 대행은 15일 총리실 간부회의와 16일 국무회의에서 두 차례나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사건을 예로 들면서 테러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지시했으나, 17일 아침에도 다음 주 중으로 회의가 예정돼 있다는 보고를 받고 “당장 오늘 오후에라도 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고 대행이 테러문제와 관련해 발빠른 대처에 나선 데에는 탄핵정국 상황에서 테러발생시 단순한 국민 안전의 차원이 아니라, 권력의 혼돈상태와 국가안보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 대행이 총리 때와 달리 13일부터 국가정보원, NSC 등의 일일 안보 상황 및 중요 정보보고를 받게 되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NSC 관계자는 “우리를 겨냥해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징후는 아직 없다”며 “그러나 스페인의 테러가 총선 직전에 발생한 점에 비춰 볼 때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역시 테러발생의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테러와 관련된 미국과의 정보 공유는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으나,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스페인 테러사건이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향후 이라크 처리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장이 큰 만큼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