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묵은 서말구 선배의 100m 기록을 깰 자신있다.” 대전 충남대 육상 트랙에서 첫 공개훈련을 하고 있는 육상 남자 100m의 기대주 전덕형. 그는 ‘단거리계의 히딩크’ 미야카와 지아키 교수의 비밀 과외 속에 개인기록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사진 안은 미야카와 교수(아래 사진)로부터 출발 자세를 교정받고 있는 전덕형. 대전=양종구기자
18일 대전 충남대 육상 트랙. ‘단거리계의 히딩크’로 불리는 미야카와 지아키 교수(57·일본 도카이대)의 첫 공개훈련이 열렸다.
미야카와 교수는 25년 묵은 육상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34·서말구·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을 깨기 위해 대한육상연맹이 영입한 ‘일본 단거리 종목의 대부’.
지난 3개월간 상비군과 함께 극비리에 훈련해 온 그는 이날 육상연맹 관계자와 보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으로 자신의 지도 노하우를 공개했다. 관심의 초점은 ‘미야카와의 황태자’로 불리며 10월 일본 도카이대로 육상 유학을 떠나는 전덕형(20·충남대 2).
전덕형이 400m 타임트라이얼(기록대회)에서 49초06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미야카와 교수는 “아주 잘했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목표인 49초95를 깼기 때문. 미야카와 교수는 “개인 최고기록에는 못 미치지만 아직 날씨가 찬 시즌 초에 이 정도면 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 10초 34 “25년 묵은 100m기록 깬다”
전덕형의 100m 최고기록은 2001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세운 10초62. 미야카와 교수는 전덕형이 머지않아 10초20까지 기록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1m84, 75kg의 잘 빠진 몸매에 유연성 승부욕 등 모든 조건을 갖췄고 달릴 때 힘을 낭비하지 않아 한국기록 경신은 문제없다”는 얘기.
전덕형도 “이제야 100m가 뭔지 알 것 같다. 한국기록을 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전덕형의 첫 목표는 200m를 20초60 안에 뛰는 것. 200m와 400m를 잘 뛰어야만 100m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미야카와 교수의 지론. 이에 따라 지난 동계훈련도 200m와 400m 훈련에 맞춰 진행했다.
미야카와 교수는 아시아 남자 100m 기록보유자 이토 고지(34·10초F)를 비롯해 아사하라 노부하루(32·10초02) 수에쓰구 신고(24·10초03) 등을 키워내 일본 육상 단거리 부문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명 지도자.
그는 전덕형을 일본 대회에 많이 출전시킬 계획이다. 올 6월까지 200m에서 올림픽 기준기록인 20초75까지 끌어 올리는 게 첫 목표.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하면 세계 수준을 몸으로 느껴 동기 유발에 도움이 되리라는 얘기다.
전덕형의 200m 기록은 21초24. 아시아기록은 장재근이 85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20초41. 전덕형은 온양중 2학년 때 육상에 입문해 충남체육고를 거쳤다.
▼미야카와 vs 장재근… ‘기록경신’ 경쟁
남자 100m 한국기록 경신을 놓고 해외파와 국내파 지도자의 경쟁이 불붙는다. 대한 육상연맹이 일본 미야카와 지아키 교수를 대표 2진인 상비군 코치로 영입하면서 장재근 대표 1진 코치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
미야카와 교수는 선수들의 폼을 완전히 뜯어 고치며 한국 육상 단거리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고 장 코치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한국기록을 갈아 치우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미야카와 교수는 “한국 선수들은 똑같은 폼으로 달린다. 선수 개개인의 체형에 맞게 훈련시킨다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 중인 장 코치는 “내가 현역으로 뛸 때 단거리에서 일본은 꼼짝 못했다. 내가 뛴 방법으로 지도해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반격했다.미야카와 교수의 지도를 처음부터 지켜본 김동준 경기체육고 감독은 “훈련방법, 훈련양 등에서 국내 지도법과 180도 다르다”며 “장 코치와 미야카와 교수가 힘을 합치면 좋은 기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미야카와 교수와 장 코치의 첫 대결은 4월 8, 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제8회 전국실업육상선수권대회에서 벌어진다.
대전=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