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18만명인 서울 강서갑은 전통적으로 야당 세(勢)가 강한 지역이다. 주민 대다수가 중산층과 서민층인 데다 호남지역 출신이 25%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호남표의 향배와 개혁바람, 한나라당 조직표의 결집력 등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각 당 공천경선 결과 이 지역에서는 현역의원인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52) 의원과 2000년 16대 총선에서 신 의원에게 패했던 한나라당 김도현(金道鉉·61) 지구당위원장이 재격돌하게 됐다. 여기에 민주당 전국구 조재환(趙在煥·55) 의원이 도전장을 내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동교동계 호남(전남 순천) 출신인 조 의원에게 호남표가 쏠릴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현재 ‘1강1중1약’ 구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지역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에서는 신 의원의 지지도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 의원측은 “지난 2월초 열린우리당 자체 여론조사결과 신 의원에 대한 지지도는 35%로, 13.9%를 얻은 김 위원장이나 9.1%의 조 의원과는 격차가 크다”며 “당내 수도권 후보 중 지역별 단순지지율 1위, 상대 후보와의 격차 1위다. 그래서 신 의원이 중앙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이 지역은 격전지가 아니라는 것. 신 의원은 민주당 조 의원의 출마가 총선에 미칠 영향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의원측 관계자의 이야기다.
“조 의원이 조직 활동에 강점이 있다는 것은 안다. 지역 내 호남사람을 많이 포섭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대면접촉에는 한계가 있다. 이 지역은 20~30대 유권자층이 두터워 개혁 성향이 강하다. 이들 개혁성향의 표에 호남표 절반만 얻으면 안정권이다.”신 의원측은 ‘행복정치’를 내걸고 신 의원의 개혁적 이미지와 집권 여당의 핵심 인물이자 ‘큰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전략적 투표성향이 강한 호남표의 쏠림 현상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사람을 잘못 봤다.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바람은 한순간이고, 여론은 순식간에 변하는 것”이라고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애초부터 호남표에 기대하지 않았다.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서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조 의원은 1980년대 평민당부터 국민회의, 민주당에 이르기까지 창당실무를 총괄하면서 조직국장과 조직담당 사무부총장만 6번을 역임했을 정도로 조직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의원이 총선을 위한 지역조직 작업과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조 의원은 이 지역 거주자의 60~70%가 서민층이라는 점에 주목해 ‘서민정치’를 내걸고 8개월째 밑바닥 정서를 훑고 있다. 조 의원은 지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그맨 심형래씨와 함께 추진중인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등 서민경제정책으로 민심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김도현 위원장은 한나라당 조직표의 이탈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 의원의 출마로 호남표 등 신 의원의 지지표가 분열된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신 의원에게 9500여표 차이로 졌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젊고 개혁적일수록 답변에 적극적일 것”이라며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다.
김 위원장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얼마만큼 결집되고 표로 연결되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현 강서구청장과 시의원 전원 그리고 구의원의 절반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들을 기반으로 한 조직표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엄상현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