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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지역구]경북 영주 장윤석 이영탁 격돌

입력 | 2004-03-19 16:52:00


영주시를 살려낼 큰 인물은 누굴까. 소백산을 끼고 있는 인구 13만의 경북 영주(榮州)는 서원의 효시인 소수서원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삼이 재배된 지역이라 전통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이 남다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시세(市勢)가 위축돼 경북 북부의 중심도시는 안동(安東)으로 넘어간 상태. 영주는 15세기 순흥도호부가 설치됐고 조선 고종 32년(1895)에는 안동을 관할하기도 했다.

기자가 접촉한 영주지역 대학생, 풍기인삼시장 상인, 교수, 원로인사 등은 이구동성으로 ‘영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달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기대에 걸맞게 출마자들의 경력은 묵직한 편이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장윤석(張倫碩·54) 후보는 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의 변호사.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은 이영탁(李永鐸·57)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시균(朴是均·66) 현 의원은 무소속으로 3선을 노리고 있다.

장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14회)에 합격해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두루 거친 인물. 서울상대 출신으로 행정고시(7회)를 거쳐 공직에 들어선 이 전 실장은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등 경제분야에서 주로 일한 정통 경제관료다. 경제기획원 종합기획과장 및 예산실장으로 근무해 나라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꿰뚫고 있다. 질병(중이염)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하면서도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 이런저런 공약을 내걸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닮았다. 장 후보는 “영주와 나라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훌륭한 정치인을 배출하느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영주에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영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경북 북부지역이 상당히 침체되어 있다”며 “경제문제는 금방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의 인재육성에 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시균 의원은 두 후보에 비해 지역실정에 밝다는 점을 최대무기로 내세우며 유권자의 선택을 기대하고 있다. 경북대 의대 출신인 박 의원은 1971년 영주시내에 성누가병원을 개원한 이후 줄곧 영주에 살면서 밑바닥 표를 다져왔다. 공군 군의관(소령)으로 병역을 마쳤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영주중 11년 후배인 장 변호사에게 공천을 양보할 수도 있었지만 공천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며 “그동안 지역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다져놓은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영주는 강원도와 충청도의 접경지역이다. 경북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이다. 정당에 대해선 정서적 중립성이 강해 인물 위주로 투표하는 성향이 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 중 누구도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권자는 9만명. 투표율은 비교적 높은 편인 70% 정도가 예상되고 있는데 3만표가 당선 안정권이다.

박시균 의원은 인지도에서의 우위를 내세운다. 장윤석 후보는 “한나라당은 현역 의원 40% 이상을 물갈이 했다. 국민들에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한나라당 표를 분산시켜 친 노무현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도록 영주 유권자들이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탁 후보측은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영주 동양대 최성해(崔成海) 총장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회의원이 결국 지역 발전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영주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은 만큼 유권자들은 후보의 정치력을 꼼꼼히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동아일보 사회2부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