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량급의 5선 성공이냐, 이장(里長) 출신 장관의 뒤집기냐.
경남 남해·하동 선거구의 ‘빅 매치’에 경남지역 유권자는 물론 전국적인 관심이 쏠려 있다. 현 성주(城主)는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박희태(朴熺太·65) 의원, 도전자는 열린우리당의 김두관(金斗官·45) 전 행정자치부장관. 최근 지역 언론사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부처는 ‘하동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남해지역 대부분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를 어느 정도 결정한 반면 상당수 하동군 주민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유권자 수에 있어서도 하동군이 4만5242명으로 남해군의 4만3599명보다 1600명 정도 많다. 그래서인지 두 주자 모두 남해 출신이지만 요즘엔 하동포구를 따라 지리산 자락 구석구석을 훑고 다닌다.
박 의원과 김 전 장관은 이미 1988년 13대 총선에서 한차례 승부를 겨룬 적이 있다. 검사장을 지낸 박 의원은 무명이던 김 전 장관을 가볍게 눌렀고, 이후 내리 4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김 전 장관은 1995년 민선 1기 전국 최연소 군수로 당선돼 연임한 이후 경남도지사 선거전에 나서기도 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 지명도 면에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과거 한나라당은 ‘땅 짚고 헤엄치듯’ 선거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의 도전이 만만찮다.
최근 이 지역에선 세 차례 여론조사가 벌어졌다. 마산MBC가 3월초 지역 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희태 18.7%, 김두관 18.5%로 박 의원이 0.2%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2월 하순 창원KBS가 남해·하동 주민 6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박희태 23.6%, 김두관 24%로 김 전 장관이 0.4% 앞섰다. 2월초 마산MBC의 조사에서는 박희태 20.7%, 김두관 20%로 나왔다. 그러나 정당 지지도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앞선다.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남명우)에 대한 지지도는 2%를 넘지 못했다. 부동층은 50~60% 안팎.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양측의 해석은 약간 다르다. 김 전 장관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박 의원측은 “무응답자의 대부분은 한나라당 지지세력이며,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투표 결과와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의 한 측근은 “박 의원은 오래전부터 국회의장감으로 꼽혀왔다”며 “나라와 지역을 위해 기여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유권자들이 냉철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조직을 바탕으로 인물론과 안정감을 내세워 김 전 장관의 ‘바람’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김 전 장관측은 상승세를 투표일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김 전 장관은 “사실상 설을 지낸 뒤 지역구에 뛰어들었다”며 “한 달 만에 이 정도의 지지율이 나온 것은 승산이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공약은 양측이 비슷하다. 박 의원측은 “그동안 공약사업을 대부분 실천했을 뿐 아니라 남해를 ‘제2의 제주도’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 캠프는 ‘관광 남해, 산업 하동’이라는 기치 아래 남해에는 휴양관광단지를 만들고 하동에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유치한다는 등의 공약을 마련중이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유권자들이 ‘미래’에 투자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장관측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에 첨단 하이테크 산업을 유치하고 농어촌 지역의 친환경 농업기반 확충에 주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 계획이다.
남해중학교 20년 선후배 사이인 박 의원과 김 전 장관. 박 의원은 법무부 장관을, 김 전장관은 행자부 장관을 지내 전직 장관끼리 대결을 벌이게 됐다. 봄소식이 완연한 남해·하동에는 16년 만의 ‘진검승부’ 탓인지 싸늘한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강정훈동아일보 사회2부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