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북카페][책의향기]‘3조원의…’ 펴낸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입력 | 2004-03-19 17:48:00

김미옥기자 salt@donga.dom


“현시점에서 새만금 계획을 발표한다면 저도 반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 의견을 묻는다면 찬성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3조원의 환경논쟁;새만금’(지성사)의 저자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 소장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1999년 새만금 사업 환경영향 민관공동조사단에 참여한 시민환경단체의 추천 학자 10명 중 유일하게 사업 지속 쪽에 손을 들어줬다. ‘개발론자’에겐 전향자였고, ‘보전론자’에겐 배신자이었던 셈이다. 자신은 ‘친환경적 개발론자’라고 주장한다.

“공동조사단에 들어갈 때만 해도 저 역시 새만금호가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을 우려해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한 대책과 실행의지를 보고 생각을 바꿨어요. 이미 3조원을 쏟아 넣은 사업을 중단하기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마무리짓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죠.”

그는 국내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일반론으로는 옳지만 ‘지금’과 ‘여기’란 구체적 현실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갈등이 격렬한 이유는 선진국도 아니고 후진국도 아닌 한국적 상황 때문입니다.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선 개발이 필요한데 쾌적한 환경을 기대하는 국민의식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거든요.”

그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환경론자의 주장을 △농경지의 가치를 능가하는 갯벌의 훼손 △새만금호의 수질 악화 △인근 해양생태계의 파괴 등으로 지적한 뒤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새만금호의 제2의 시화호 우려’에 대해서 홍 소장은 “시화호 사태는 수질관리 능력의 결여가 부른 재앙이지 인공적 개발이 낳은 재앙은 아니다”라며 환경부를 비판한다. 환경부는 시화호 문제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수질악화를 ‘개발 탓’으로 돌렸고 이것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새만금호 문제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갯벌 생명체를 비롯한 해양생태계 파괴도 그 가치를 계량화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주장한다.

“새만금 사업으로 여의도 면적의 100배가 되는 거대한 국토가 생기지만 한국의 국민 1인당 갯벌 면적은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전체 갯벌 중 10% 미만이 남은 선진국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