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0교시 수업을 전면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일부 학교에서 0교시에 자율학습이나 특기·적성 활동을 빙자해 학생들을 강제로 등교시키고, 정규 학습시간에 이뤄져야 할 교과의 수업 진도를 나가는 경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기형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들이 아침 일찍 등교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지도하는 일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득이 되는 교육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자발적으로 원하는 학생들만 등교시켜 모자라는 학과를 보충해주거나 자율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장려할 일일지언정 막을 일은 아니다.
따로 공부방이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아침 1시간이 정말 귀중한 학습시간이다. 0교시 수업이 금지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학생들이 일찍 등교해 각자의 교실에서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의 지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실은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차분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못한다. 일찍 등교해도 공부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학생들은 일찍 등교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귀중한 아침 시간은 학생들의 게으름과 늘어난 잠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0교시 보충수업을 오후로 돌리면 학원에 가는 학생들을 학교가 붙들고 있음으로써 학원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후의 보충수업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상당한 인내와 고통을 요구한다. 교사는 자신의 정규 수업시간을 마치고 쉬지도 못한 채 또 학생들을 가르치러 교실에 들어가야 하니 힘이 든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6, 7교시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7, 8교시 수업을 듣게 되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0교시 수업 전면금지 조치가 결과적으로 사교육비는 덜 들게 할지 몰라도 공교육 정상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박종희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