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자랜드배 예선 1차전에서 기묘한 시간패(敗)가 기록될 뻔했다. 16일 오전 윤성현 8단(백)과 양건 6단의 대국. 제한시간 20분을 다 쓴 두 기사는 마지막 초읽기에 몰렸다.
예선 대국에서 사용하는 초읽기 시계는 버튼식. 착점을 한 뒤 자기 버튼을 누르면 상대편 초읽기가 시작된다.
해프닝은 양 6단이 착점을 한 뒤 자신의 버튼을 안 누른 데서 비롯됐다. 그러자 윤 8단은 초시계가 ‘여덟’하자 자신의 초읽기가 진행 중인 것으로 착각해 착점한 뒤 버튼을 눌렀고 그것과 거의 동시에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양 6단도 자신의 버튼을 눌렀다.
두 대국자가 동시에 누른 버튼은 어느 쪽도 작동하지 않아 결국 양 6단이 제한시간을 넘긴 셈이 됐다. 양 6단은 자신의 초읽기 버튼을 제때 누르지 않은 바람에 시간패를 당하게 됐고 윤 8단도 양 6단이 버튼을 누르는 것을 방해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입회인인 조훈현 9단이 궁리 끝에 사태의 1차 원인을 제공한 양 6단의 잘못이 크다고 보고 세 가지 중재안을 내놓으며 윤 8단에게 선택권을 줬다. 세 가지 안은 한국기원 이사회의 공식 판단을 받든지, 아니면 대국을 계속하거나 재대국을 하라는 것이었다. 첫 대국에서 불리했던 윤 8단은 재대국을 선택했고 오후 재대국에서 쾌승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