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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김진 오리온스감독 “심판 오심 지긋지긋 합니다”

입력 | 2004-03-19 18:29:00


《“나도 1급 심판자격증이 있습니다. 지금 같아서는 감독을 때려치우고 심판으로 나서고 싶은 심정입니다.” 농구코트의 신사 김진 오리온스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났다.

19일 오전 대구 오리온스구단 사무실. 전날 LG와의 2003∼2004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져 탈락한 김 감독의 얼굴은 여전히 격앙돼 있었다.》

그는 간밤에 폭음을 했다고 털어놨다. 또 인터뷰 내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농구 코트에 공정한 판정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입니다. 있는 것은 승패뿐이죠.”

판정시비 부른 팁인슛
판정시비를 부른 문제의 장면. 오리온스 레이저의 손이 림에서 흘러나오는 볼을 팁인슛하는 순간이다. 심판은 실린더룰을 적용해 득점을 무효처리했다. 한국농구연맹(KBL) 경기규칙엔 ‘볼이 림 위쪽으로 가상의 선을 그은 실린더 모양 안에 있거나 림에 닿아있을 때 볼, 바스켓, 또는 백보드를 건드릴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것이 실린더룰. 사진제공 경인방송

김 감독은 3차전 패배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제시하는 ‘명백한’ 오심 사례는 두 가지. 4쿼터에서 LG 토마스가 공을 가진 채 엔드라인을 넘어섰는데도 묵인한 점, 오리온스 레이저의 팁인슛을 실린더룰 위반이라며 인정하지 않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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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KBL) 경기규칙엔 ‘볼이 림 위쪽으로 가상의 선을 그은 실린더 모양 안에 있거나 림에 닿아있을 때 볼, 바스켓, 또는 백보드를 건드릴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것이 실린더룰.

문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순간에 나와 오리온스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

사태가 불거지자 유희형 한국농구연맹(KBL) 심판위원장은 “특정 심판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다.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지켜본 많은 농구인이 오심을 인정했다.

“왜 점잖은 팀은 계속 손해를 봐야 하나요. 올해가 처음이라도 억울할 판인데 2년 내리 당하고 있잖습니까.”

오리온스는 지난해 TG삼보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도 결정적인 불이익을 당했다. 경기종료 1분을 남기고 76-73으로 앞섰다가 시계가 15초나 멈추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로 동점이 된 뒤 연장전에서 패한 것. 4차전까지 2승2패를 기록했던 오리온스는 5, 6차전을 내리 져 챔피언 타이틀 탈환의 꿈을 접었다. “절치부심 끝에 다시 맞은 플레이오프에서 또 비슷한 꼴을 당했으니 이대로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게 김 감독의 말.

몰수게임 파문, 기록 만들어 주기 추태 등으로 유난히 시끄러웠던 올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 터진 이번 사태는 심판 자질의 문제점을 드러낸 또 하나의 악재.

“모든 농구인이 최선의 경기를 펼치는 것만이 팬들에게 사죄하는 길입니다. 이대로 가면 농구는 공멸합니다. 팬들이 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 감독의 피곤한 표정에서 한국 프로농구의 현주소를 보는 듯했다.

대구=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오리온스 “승부조작 의혹”K B L “판정잘못 인정”▼

프로농구 오리온스는 ‘18일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1회전 3차전 판정이 오심을 넘어 승부조작의 고의성까지 있다’며 19일 한국농구연맹(KBL)에 제소했다.

오리온스는 재경기와 해당 심판의 제명을 요구하며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앞으로 KBL의 모든 활동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극단적인 조치까지도 고려하겠다고 항의했다. 전날 경기에서 6차례 명백한 오심이 있었으며 심판 배정에도 의혹이 있다는 게 오리온스의 주장.

한편 KBL은 긴급회의를 갖고 경기 비디오 분석을 통해 일부 판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유희형 심판위원장은 “LG 토마스가 엔드라인을 넘어가 패스를 한 뒤 페리맨의 발을 맞고 공이 나갔는데도 LG 공격권을 인정한 것은 오심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기술위원도 KBL에 제출한 보고서에 레이저의 팁인에 대한 판정 등이 오심이었다고 지적했다.

KBL은 이에 따라 문제의 심판 2명을 20일부터 열리는 4강전 배정에서 제외하고 재정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논의하기로 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