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사랑의 집’을 찾아 무의탁 노인들에게 기쁨을 전달하는 롯데백화점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의 환한 표정이 아름다워 보인다. -권주훈기자
18일 오전 10시경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한 공중목욕탕.
할머니들과 손녀뻘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목욕을 마치고 나서는 모습이 봄날의 햇볕 속에서 정답게 보였다.
롯데백화점 직원들의 자원봉사모임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사나사)이 효창동 ‘사랑의 집’에 거주하는 무의탁 노인들을 모시고 ‘목욕 나들이’에 나선 것.
할머니들의 목욕을 돕고 나온 이 모임 회원 허미숙씨(36·여)는 “할머니를 씻겨드리다 보니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의 선행에 감동한 목욕탕 업주도 앞으로 ‘사랑의 집’ 할머니들에게는 목욕비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나사는 2000년 3월 본점의 유성규(柳星圭) 점장이 “봉사활동으로 마음의 행복을 얻자”는 취지에서 만든 봉사모임. 이들은 백화점 층별로 조를 짜 한 달에 한 번씩 ‘사랑의 집’을 방문하고 장 담그기와 대청소, 목욕 돕기 등의 봉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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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은 한 사회사업가가 1993년부터 결식아동과 무의탁 노인 등을 돌봐온 보호시설로 30여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미인가 시설이라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사랑의 집’ 차연복 원장(54·여)은 “연말연시나 명절에 도와주는 사람들은 있지만 이들처럼 평소에도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업무 시간을 피하다보니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인 이른 아침이나 휴일이 주된 봉사시간.
지금까지 이렇게 무료봉사를 하거나 성금을 낸 회원이 롯데백화점 본점 전 직원과 용역 직원까지 포함해 5000여명에 달한다.
모임의 운영비는 모두 회원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충당한다. 직원 식당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회비를 걷어 지금까지 쌓인 금액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정부의 재개발 방침으로 ‘사랑의 집’이 올해 말까지 철거될 위기에 처한 것. 이들은 할머니들이 생활할 새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 바자를 두 차례 열기도 했다.
성금을 더 모아 새로운 ‘사랑의 집’을 지어드리는 것이 이들의 올해 소망이다.
사나사 최은경 회장(42·여)은 “얼마 전 이곳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우리가 찾아오는 날이 할머니들에게 생애 마지막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단 한 번이라도 거를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